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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책 [임신을 위한 힐링] 목차와 링크 꼭 순서대로 읽어보세요. 중간부터 읽으시면 갸우뚱하게 됩니다. 머리글 #0.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연유 꼭 머리글부터 꼭 읽어주세요. 너는 작가이자 주인공이야 #1. 금방 될 줄 알았다 #2. 운명인가? #3. 선택과 자유 #4. 규칙과 시나리오 #5. 너는 작가이자 주인공이야 사람은 몸의 형태를 가진 마음이야 #6. 박하향이 날려버리는 생각 #7. 생각은 행위야 #8. 사람은 몸의 형태를 가진 마음이야 #9. 물질이 아니라 생각을 만들려고 해봐 #10. 우리는 송신기이자 수신기야 #11. 의식은 물질을 만든다 #12. 자궁은 생각한다 #13. 네 안에 의사 있다 #14. 두려움은 자신이 가진 힘을 모를 때 생겨 #15. 나는 부를 노래가 하나 있다 무한대분의 1이 과연 0일까 #16. 심장을 천천..
#46. All is well (최종회) 남편은 내가 자다가 웃었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꿈을 꾸었냐고 물었지만 도무지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하여간 웃었다고 하니 기분 좋았다. 하긴 어디 지난 밤의 꿈만 기억이 안 나는가. 1년 전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어떤 기분이었는지도 알 길이 없다. 그 좋았던 보름간의 유럽 배낭여행의 기억도 15년이 지나니 기억도 감동도 가물가물하다. 그러니 지금 바로 지금 여기가 얼마나 중요한가. 느껴지는 것은 오직 현재일 뿐.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는데 이 수세식 변기가 정말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어릴 적에 화장실을 가려면 집 바깥으로 나가야 했고, 나무 판 위에 쪼그리고 앉아야 했고, 또 발 아래 가득한 변을 보며 볼일을 봐야 했고, 우글거리는 구더기도 견뎌야 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도기에 편하게 앉아..
#45. 이제 네가 더 달라질 거야 삼촌은 서재 한 켠에서 무언가를 하나 들고 왔다. 보라색 밴드였다. 삼촌은 그것을 손목에 찼다. 삼촌: 자, 여기 뭐라고 쓰여 있는지 봐봐. 선영: A complaint free world? 삼촌: ‘불평 없는 세상’이라는 뜻이지. 선영: ……. 삼촌: ‘불평 없이 살아보기’ 프로젝트야. 불평을 하면 이쪽에 찼던 밴드를 반대쪽으로 옮겨야 해. 하루 종일 한쪽에만 계속 차고 있었다면 그날 하루는 불평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목표는 3주 동안 연속해서 한쪽에만 차고 있는 거야. 만약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바꿔 차지 않다가 결국 불평이 나와서 다른 쪽으로 옮겨 차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3주를 채울 때까지. 선영: 삼촌, 이거 3주 성공했어요? 그래서 이거 안 차고 다니는 거예요? 삼촌: 왜, ..
#44. 몸을 칭찬해줘 패키지 디자인팀에서 마케팅팀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최 팀장과 부딪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감사 일기를 쓴 지 이 주일이 지나 벌써 71번째 목록을 쓰게 되었다. 100개를 돌파하면 나에게 상을 하나 줘야겠다. 2016년 3월 28일 71. 팀이 바뀜. 아싸! 감사. 72. 디자인 전공하고 딴 일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난 계속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감사. 73. 미경이가 휴대폰으로 음료 쿠폰 보내줌. 고마운 미경이. 74. 회사 근처에 들깨 시래기 국밥. 좋은 메뉴를 가진 식당이 생겨서 감사. 75. 생리가 나왔다. 흠……. 그래도 아직 폐경이 아닌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생리가 나왔다. 배란이 다가올 때쯤 달걀 흰자 같은 배란점액도..
#43. 스트레스를 지우는 초간단 명상법 오늘 남편과 함께 별다방에 갔었다. 시끌벅적한 공간 안에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퍼지고 있었다. 그런데 첼로가 아닌 기타 연주였다. 비 오는 날이면 첼로 소리 들으며 멍 때리고는 했는데 오늘 그 음악을 기타 편곡으로 들으니 느낌이 색달랐다. 멜로디는 같은데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꼭 기타여서가 아니겠지. 이 음악을 둘러싼 환경이 전혀 다르지 않은가. 그때 삼촌에게서 카톡이 왔다. 삼촌: 감사 일기 계속 잘 쓰고 있지? 요즘은 왜 감사 문자 안 보내냐. 선영: 잘 쓰고 있어요. 너무 좋아요. 좀 낯부끄러운 내용도 있어서요. 삼촌: ㅎㅎ 그냥 해본 소리야. 꾸준히 하고 있다니 다행이다. 선영: 그래도 남편한테는 꼭 보내고 있어요. 남편도 시작했어요. 그리고 남편한테도 밥 먹는 방법 알려줬어요. 웃긴대..
#42. 식사의 효과가 두 배가 되는 방법 생리 전이라 그런지 오늘 신경이 좀 날카로운 것 같았다. 또 최 팀장과 부딪쳤다. 까칠한 상사와 함께 일하는 것은 참 고달픈 일이다. 육체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건만 이리도 피곤하다니. 핸드백 안에 약봉지가 들어 있었다. 그 안에 있는 건 약이 아니라 호두, 해바라기씨, 호박씨였다. 환자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삼촌이 직접 담은 견본이란다. 견과류에 있는 오메가3지방산을 비롯한 각종 불포화지방산과 항산화성분이 정자와 난자의 질을 높여줄 수 있으니, 우리 부부도 함께 꾸준히 먹으라고 했다. 이것들을 더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오늘따라 유모차를 끌고 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임신을 해서 배가 나온 여자도 보였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장을 보게 되는 날이 올까? 유모차에 있던 아이가 큰 소리를 내며..
#41. 감사는 선택하는 것이야 삼촌: 감사 실험에서 놀라운 것은 감사 목록을 채우기 위해 과거를 회상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현재 더 행복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더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되었다는 거야. 앞으로 잘될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거지. 과거는 후회하고, 미래는 불안해하고, 현재는 불만족스러워하는 삶과는 180도 다르지. 선영: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는가가 현재와 미래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군요. 삼촌: 바로 그거야. 이 연구의 제목은 「Counting blessings vs burdens」이야. 복을 세는 것과 부담을 세는 것. 그저 복을 세어보는 것만으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랍지 않니? 선영: 실험의 제목이 그거였어요? 삼촌: 그래, 구글에서 찾아봐. 바로 이 논문이 나온다..
#40. 과거는 해석되는 것이야 삼촌: 복을 세어볼 것인가, 짜증난 일을 세어볼 것인가? 선영: 결국 ‘어떤 질문을 받았는가’가 실험대상자들의 삶의 질을 바꿔놓았네요. 삼촌: 그렇지. 생각하도록 주어진 주제가 달랐지. 어떤 주제를 생각하고 목록을 쓸 것인가? 그것은 결국 관점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어. 만약 졸다가 앞차를 받는 접촉 사고를 경험했다면 말이야. 감사 그룹의 학생들은 써내야 하는 리포트가 감사 목록이었으니, 감사할 거리를 찾다보면 이 사건을 감사 목록에 올릴 수도 있어. 이렇게 말이야. “운전하다가 졸았는데 다행히 차만 좀 망가지고 내가 죽지는 않아서 감사하다.” 선영: 짜증 그룹의 학생들은 짜증난 일을 써내야 하니, 그 사건을 짜증 목록에 올리겠군요. 그러고는 스스로 지난주에 짜증나는 일이 있었다고 기억시켜두겠네요. ..
#39. 모든 부정적 감정을 올킬하는 방법 삼촌: 집을 찾아갔을 때, 삼촌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무작정 날 차에 태우며 오늘은 야외 수업이라고 했다. 기대도 안 했는데 간만에 도심을 벗어나니 마음이 한결 트였다. 우리는 나무 데크가 있는 카페에 들어섰다. 햇살이 따듯하게 내리쬐고, 아래로는 북한강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삼촌: 선영아, 팔을 좀 걷어봐. 햇볕이 맨살에 닿으면 네 몸속에 남아도는 콜레스테롤이 비타민 D로 변한단다. 선영: 어, 그래요? 나는 얼른 소매를 걷어붙였다. 삼촌: 근데 사실 비타민 D는 비타민이 아니야. 선영: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삼촌: 비타민이란 사람의 생명활동에 꼭 필요한 물질인데 사람의 몸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 걸 말해.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꼭 음식을 통해서 섭취해야만 했고, 발견한 순서대로..
#38. 평화호흡법 따라하기 삼촌: 지금 바로 같이 해볼까? 내가 말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 하면 돼. 선영: 네, 좋아요. 삼촌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조용한 음악을 하나 틀어주었다. 의자에 편안히 앉아 삼촌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선영: 편안한 자세로 앉으세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셨다가 후우 하고 천천히 내쉬어보세요. 준비가 되었으면 눈을 지긋이 감아도 됩니다. 이제 편안하게 긴장을 풀고 마음의 눈으로 발을 보세요. 발과 발목의 긴장을 푸세요. 종아리와 정강이, 그리고 허벅지의 긴장을 풉니다. 골반과 아랫배, 허리의 긴장을 풉니다. 가슴과 등의 긴장도 풉니다. 눈을 감은 채 삼촌이 말하는 대로 마음의 눈으로 몸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그곳에 힘이 들어가 있었던 것을 느꼈고 긴장을 풀자 편안하게 이완되는 것이 느껴졌다. 삼..
#37. 복식호흡의 숨은 비밀 선영: 삼촌:. 복식호흡을 하든 흉식호흡을 하든 숨이 부족하지 않게만 쉬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만약 흉식호흡을 좀 크게 하면 복식호흡을 하는 것만큼 숨이 들어갈 거 아니에요. 삼촌: 오, 아주 날카로운 질문이야. 생각해보자. 흉식호흡을 할 때 확장되는 공간은 갈비뼈로 이루어지는 공간이야. 하지만 뼈는 늘어나지 않지? 늘어나봐야 갈비뼈 사이사이에 있는 늑간근이라고 하는 근육이 늘어날 뿐이야. 그걸 늘리기 위해서는 가슴을 들썩거려야만 하지. 그러나 복식호흡을 할 때 늘어나는 근육은 아까 말했듯이 횡격막이거든? 이건 애쓰지 않아도 편안하게 밑으로 쭈욱 늘어나지. 그러므로 복식호흡을 할 때는 폐가 확장되는 공간이 쉽고 자연스럽게 확보된단다. 같은 노력을 들여 숨을 쉬더라도 흉식호흡을 하는 것보다는 복식호흡을 하..
#36. 발로 호흡할 수도 있어 선영: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하는데요? 삼촌: 깊고 고르게 쉬어야지. 그렇게 하려면 너의 몸이 복식호흡을 계속 기억하게 해야 해. 선영: 복식호흡이라……. 많이 듣기는 했는데, 어떻게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배로 숨을 쉬지요? 가르쳐주세요. 삼촌: 새로 배울 필요는 없어. 다만 기억해내기만 하면 돼. 원래 네가 잘하던 것이니까. 너는 어릴 때 복식호흡을 아주 잘했어. 선영: 제가 어릴 때요? 삼촌: 아이들은 대개 속 편하게 살잖니. 그래서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하지. 근심 걱정할 일 없고, 편안하고 만족스런 상태가 되면 저절로 복식호흡이 된단다. 너도 마음이 편하거나, 잠을 잘 때에는 저절로 복식호흡을 하게 될 걸? 숨 쉴 때 가슴은 별로 움직이지 않고, 그저 배만 오르락내리락하지. 나이가 들..
#35. 숨 막히게 살고 있지는 않나 삼촌: 그래. 그렇다면, 숨을 잘 쉬어야 하지 않겠니? 선영: 어떻게 해야 잘 쉬는 건데요? 생각하면서 숨 쉬어 본 적이 없어서요. 삼촌: 하하, 맞는 말이다. 숨쉬기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저절로 되지.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숨을 잘못 쉬기도 한단다. 잘못 쉬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특히 여자들이 더 그렇지. 선영: 여자들이 더 그렇다고요? 왜죠? 삼촌: 많은 여자들이 배를 집어넣고 다니기 때문이야. 하긴 요즘엔 남자들도 자기 배 나온 것 감추려고 그러기는 한다마는, 여자들이 그러는 경향이 더 있지. 삼촌이 내 배를 보며 말했다. 나는 배 위에 살짝 손을 얹으면서 삼촌에게 물었다. 선영: 배를 넣고 다니는 것이 호흡과 상관이 있나요? 삼촌: 자, 지금 해봐. 배가 늘어지지 않게 힘 빡 주고 숨 한 번..
#34. 공기가 아니라 생기야 최 팀장의 짜증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았다. ‘독신녀 히스테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진짜 철판을 손톱으로 긁는 것 같았다. 한마디 한마디가 내 온몸의 털들을 일으켜 세웠다. 이걸 디자인이라고 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귓전을 맴돌았다. 최 팀장은 일을 진행시킬 마음이 없는지 디자인 시안을 보고도 어떻다는 말이 없었다. 게다가 최 팀장은 때가 되어도 도무지 퇴근할 생각을 안 했다. 제시간에 퇴근하면 한심하다는 듯 사람을 노려본다. 오늘도 그 눈길을 뒤통수로 느끼며 나왔다. 정말 숨 막히는 날이었다. 임신하면 바로 그만두고 싶었다. 남편은 회식이라기에 혼자 밥 먹기도 싫고 해서 퇴근길에 삼촌을 찾아갔다. 선영: 삼촌은 한의사니까 완전 건강하시겠네요. 삼촌: 이 녀석아, 한..
#33. 너는 네 우주의 중심이야 삼촌: 네가 그런 상상을 할 때 너의 우주는 그렇게 움직인단다. 너는 네 우주의 중심이야. 네가 중심에서 소원을 발사하면 너를 둘러싼 우주의 힘들이 너의 분부에 따라 반응하지. 선영: 삼촌, 너무 오바하시는 거 아니세요? 제가 우주의 중심이라고요? 삼촌: 하하, 네가 페이스북을 할 때도 그렇잖아. 네가 ‘좋아요’를 누른 소식과 비슷한 소식들, 네가 친구를 맺은 사람들의 소식들이 너에게 배달되잖아. 네 화면과 내 화면이 다르지. 네 우주와 내 우주도 다르고. 삼촌은 종이를 가져다가, 위에서 아래 끝까지 선을 하나 그었다. 그러고는 물었다. 삼촌: 자, 이 선의 중점을 하나 찍어보아라. 선영: 중점이요? 삼촌: 그래, 중점. 정확할 수야 있겠니. 대략 눈대중으로 중점을 찍어봐. 나는 대강 중점을 찍었다. 삼..
#32. 반응은 반응을 부른다 오늘은 삼촌이 유난히 더 수다스러운 것 같았다. 삼촌: 너 혹시 백일 된 아이를 본 적이 있니? 선영: 세미요, 혜영 언니 딸 있잖아요. 세미 백일 사진도 봤고요, 그맘때 언니 집에 많이 놀러 갔어요. 그때는 제가 결혼하기 전이었잖아요. 삼촌: 아, 그래, 혜영이 딸 이름이 세미였지. 세미가 남이 아니고 언니 딸이니까 더 예쁘지? 선영: 그럼요, 언니 모습이 보이니까요. 가족이라는 게 뭔지…….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삼촌: 너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삼촌과 눈이 마주쳤다. 삼촌: 너와 네 신랑을 닮은 아이가 나오면 기분이 어떨 거 같니? 백일짜리 통통한 녀석의 얼굴에 네가 사랑하는 네 남편의 얼굴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해봐. 어떠니? 통통한 아기의 몸통에 푸근한 미소가 매력인 남편의..
#31. 약이 되는 음악, 독이 되는 음악 늦은 오후, 삼촌에게서 전화가 왔다. 삼촌: 너희 동네 사거리에 있는 별다방이야, 잠깐 나올래? 선영: 어, 웬일이세요? 알았어요. 나는 겉옷을 대충 걸쳐 입고 후다닥 나갔다. 삼촌: 나는 별다방이 좋아. 별다방은 세상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지. 별다방에 올 때마다 여긴 어떤 게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이 생각을 꼭 하게 돼. 어느 매장을 가도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음악이 나오더라고. 일단 유행하는 가요가 안 나와서 좋아. 선영: 하하, 여기가 삼촌: 취향이구나. 근데 삼촌은 커피 별로 안 드시잖아요? 삼촌: 그래도 커피 향기는 좋잖아? 난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별다방을 찾아. 사람이 참 웃기지? 우리 집도 좋은데 꼭 바깥으로 기어나오거든. 집에 혼자 덩그러니 있을 때의 느낌과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 ..
#30. 차 한 잔이 행복을 전해줄 거야 금요일. 오늘도 야근을 했다. 사무실 막내가 중국집 메뉴를 들고 돌아다녔다. 오늘만큼은 그 집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식사 시간을 아껴서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먼저 들어가겠노라고 말했다. 밤 아홉시인데도 지하철에 사람이 많았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루가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손잡이를 잡고 선 채 눈을 감았다. 오늘 내가 했던 일들…….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 있었나? 실은 다 남이 시켜서 했던 일 아니던가. 그래도 이번 한 주 잘 마감했다. 출근 안 해도 되는 토요일이 있어서 참 좋다. 내일은 정말 푹 쉬어야겠다. 토요일. 남편은 오늘도 출근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좀 빈둥거리고 싶었다. 전기주전자의 스위치를 누르고 잠시 무슨 음악을..
#29. 감정을 놓아주자 삼촌: 선영아, 어떤 감정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은데 계속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지? 화내고 싶지 않은데 계속 화나고, 슬프고 싶지 않은데 계속 슬프고, 우울하고 싶지 않은데 계속 우울하고 말이야. 선영: 네, 제 의지하고 상관없이 그럴 때가 있죠. 삼촌: 나는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 생각이나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걸 정말 내가 생각한 걸까? 선영: 뭐죠, 그 말씀은? 삼촌: 바로 5분 전에도 나는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알 수가 없었거든. 물론 예상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대략 예상은 하지만, 잠시 뒤에 전혀 예상치 못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돼. 삼촌은 뒤로 물러 앉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삼촌: 사실 생각은 언제나 현재에만 존재해. 과거를 회상하는..
#28. 감정의 정도를 수치로 매겨봐 삼촌: 선영아, 사실 우리가 힘들다고 느끼는 문제의 대부분은 감정의 문제야. 고통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지. 삼촌은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선영: 마음에요? 삼촌: 옛날 로마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라는 위대한 황제가 있었는데, 그가 쓴 『명상록』이란 책에 이런 말이 있어. “만약 당신이 어떤 외적인 일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면, 그것은 고통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당신의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은 언제든지 그 생각을 폐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선영: ……. 삼촌: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에 대한 너의 생각이 문제라는 거지. 여기서 쓰인 ‘생각’이라는 단어는, 원래 마르쿠스 황제가 썼던 라틴어 단어가 뭐였는지는 모르겠다만, 영어 단어에서는 ‘estimate’야. 그 뜻은..
#27. 감정을 관찰해봐 선영: 삼촌, 뭐죠 이거? 제가 뭘 한 거죠?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삼촌: 뭘 하긴, 하늘에 갔다 온 거지. 삼촌은 장난스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삼촌: 감정 다스리는 법을 배워보기로 했잖니. 방금 한 것도 한 가지 방법이야.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붕 떠오르는 상상을 했다. 이것이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인가? 선영: 그런 것 같긴해요. 그런데 삼촌이 방금 저에게 시키셨던 거,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설명 좀 해주세요. 삼촌: 언제 내가 시켰니, 나는 너를 안내했을 뿐이야. 선영: 네, 하여간, 그러니까요. 삼촌: 아, 이 비밀을 너에게 이렇게 쉽게 알려줘도 되나? 선영: 얼른요, 삼촌. 삼촌: 너 이거 간단하다고 우습게 생각하지 마. 삼촌은 이거 되게 힘들게 배운 거야. 많은 시간을..
#26. 감정 위로 날아올라 미영이가 임신을 했다. 동생이 임신을 했건만 이토록 속이 상하고 화가 나는 것은 왜일까. 친구나 선배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도 오늘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이 질투심은 또 뭔가. 동생과 경쟁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인가. 다 찢어버리고,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또 남편을 꼴 보기 싫다는 눈빛으로 보게 될 것 같았다. 남편은 항상 자기에게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나도 문제는 없다고!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삼촌: 집에 도착했다. 선영: 삼촌:…… 미영이가 임신했대요. 제가 기뻐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눈물이 고였다. 삼촌이 묵묵히 손수건을 건넸다. 삼촌: 힘들지? 참지 말고 쏟아내렴. 삼촌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자 마음이 더 북받쳤다. 선영: ..
#25. 감정은 영혼의 언어야 삼촌은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치켜들었다가 가슴에 갖다대었다. 삼촌: 가슴에도 언어가 있어. 난 삼촌이 무슨 드라마 대사를 읊는가 싶었다. 삼촌: 라틴어, 히브리어 같은 언어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모든 생명체는 이미 언어를 가지고 있었어. 언어 그 이전의 언어지. 말로 표현되기 전의 생각 덩어리, 감정 덩어리. 선영: 언어로 표현되기 전의 과정이네요? 삼촌: 맞아. 시골길을 걷다가 이름 모를 들꽃을 만났다고 상상해봐. 그것을 바라보면 네 마음속 생각과 감정 한 덩어리가 생겨. 그 감정이 아직은 언어로 표현되기 전이지. 그런데 대뇌에 있는 언어중추가 그 느낌을 해석해서 언어적 코드로 풀어내버리면 말이야, 그 생각은 너의 언어적 표현에 갇혀버려. 얼마나 다양한 단어를 알고 있느냐의 문제도 있겠지만, 어쨌든 언어 ..
#24. 감정이야말로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야 삼촌: 사람이 생각을 할 때 말이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않는 그런 냉랭한 생각을 할 때도 있어. 하지만 어떤 생각은 그 생각을 하면 감정이 생기기도 해. 삼촌은 내게 동의를 구하려는지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선영: 음, 생각해보니 생각과 감정은 또 다른 거네요. 삼촌: 그래. 생각, 마음, 의식, 감정, 기분, 느낌……. 이런 단어들의 뜻이 조금씩은 다른데, 뭐 우리가 그것을 깐깐하게 구분하면서 쓰지는 않잖아. 그냥 뭐 대충 선택해서 쓰지. 생각은 우리가 좀 주도적으로 하는 그 무엇이라면, 감정이나 기분은 우리가 어떻게 좌지우지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랄까? 선영: 맞아요, 감정은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삼촌: 그래. 어떤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