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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31. 약이 되는 음악, 독이 되는 음악

늦은 오후, 삼촌에게서 전화가 왔다.

 

삼촌: 너희 동네 사거리에 있는 별다방이야, 잠깐 나올래?

 

선영: 어, 웬일이세요? 알았어요.

 

나는 겉옷을 대충 걸쳐 입고 후다닥 나갔다. 

 

삼촌: 나는 별다방이 좋아. 별다방은 세상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지. 별다방에 올 때마다 여긴 어떤 게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이 생각을 꼭 하게 돼. 어느 매장을 가도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음악이 나오더라고. 일단 유행하는 가요가 안 나와서 좋아.

 

선영: 하하, 여기가 삼촌: 취향이구나. 근데 삼촌은 커피 별로 안 드시잖아요?

 

삼촌: 그래도 커피 향기는 좋잖아? 난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별다방을 찾아. 사람이 참 웃기지? 우리 집도 좋은데 꼭 바깥으로 기어나오거든. 집에 혼자 덩그러니 있을 때의 느낌과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있을 때의 느낌이 다르잖아. 음악도 좋고 사람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도 좋고. 저 사람들이랑 얘기할 것도 아닌데, 꼭 사람들 있는 데로 나온다니까.

 

선영: 그러니까요. 집에서 마시면 오백 원도 안 드는 것을 꼭 밖에 나와서 오천 원 내고 마신다니까요. 호호.

 

삼촌: 맞아, 그게 분위기 때문이지. 너 분위기라는 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아?

 

선영: 네? 글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삼촌: 한자로 분위기의 분(雰)은 안개 분, 위(圍)는 에워쌀 위, 기(氣)는 기운 기야.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안개처럼 주위를 감싸고 있는 기운이 바로 분위기지. 여기엔 기가 가득 차 있다니까?

 

분위기 하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 ‘기’라는 말만 떨어뜨려놓고 생각하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삼촌의 말에 동의했다. 

 

선영: 음, 그래요. 카페에는 재잘거리는 사람들의 기운이 있어요. 집에서는 얘기를 잘 안 하는데 이런 데 나오면 수다 떠는 사람들의 기운과 어우러져서 저도 수다를 떨게 된다니까요.

 

삼촌: 그래 맞아, 그래서 내가 숙모랑 카페나 펍에 자주 가잖니. 여기 세상의 원리 한 가지가 있단다. 내용이 물론 중요하지만 배경, 분위기도 중요하다는 것. 삼촌이나 숙모가 가끔, 유럽 여행했을 때를 그리워하잖아. 

근데 여행가면 하는 게 뭔지 아니? 카페 가서 수다 떠는 거야. 여기서 수다를 떠나 비행기 타고 외국에서 수다를 떠나, 하는 짓은 똑같아. 근데 배경이 다르잖니. 옆에 외국인들이 앉아 있고 주위에서 영어가 막 들리고. 그러면 분위기가 완전 다르거든. 어떤 배경 속에 있는가에 따라서 내용이 확 달라지지. 어떤 때는 내용보다 배경이 더 중요하더라고.

 

선영: 맞아요, 호호.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수다 떠는 삼촌을 보며 나는 맞장구를 쳤다.

 

삼촌: 너 음악 좋아하니?

 

선영: 그렇게 간단히 물으시면 음악 안 좋아할 사람, 아마 없을걸요?

 

삼촌: 하하, 그런가?

 

삼촌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다시 물었다.

 

삼촌: 그럼 특별히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있어?

 

선영: 아뇨, 뭐 그냥 분위기에 맞는 음악이다 싶으면 좋은 거죠. 그건 왜 물어보시는데요?

 

삼촌: 우리 시대에 음악이라는 것이 말이야, 사람의 기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거든. 그래서 기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음악을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단다. 마음의 기분이 좋아야 몸의 기분도 좋아지거든.

 

선영: 음악을 가려들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삼촌: 응. 음악에는 기운과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야. 음악은 글보다도 더 강한 메세지를 담고 있어.

 

삼촌은 잠시 미소를 머금더니 말을 이었다.

 

삼촌: 너 군대 안 갔다 왔지?

 

선영: 삼촌은 참, 제가 군대를 왜 가요.

 

삼촌: 하하, 그렇지? 군대에서 말이야, 지휘관들은 일반 사병들에게 큰 소리로 군가를 부르게 해. 노랫소리가 작으면 더 크게 부르라고 호통을 치지. 악을 쓰면서 군가를 부르고 나면 군인들에게 패기가 생기거든. 또 그냥 걸을 때와 행진곡에 맞춰서 걸을 때의 사기도 달라져. 왜냐면 군가에는 용기와 충성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야.

 

선영: 근데 삼촌은 군대 시절을 어디서 보냈어요?

 

삼촌: 음, 여자들이 군대 얘기 싫어한다고 하던데, 내가 괜히 이 얘기를 꺼냈나보다.

 

선영: 아뇨, 괜찮아요. 또 뭔가 예를 들기 위해서 하신 말씀이죠? 이제 삼촌: 스타일 파악했어요. 근데 군대 생활 어디서 하셨냐니까요?

 

삼촌: 허허, 나는 좀 특별한 곳에서 했어. 

 

선영: 에이, 군대 안 갔다 오신 거 아니세요? 말 못 하시는 거 보니까.

 

삼촌은 당황스러운 듯 껄껄 웃었다.

 

삼촌: 음, 나는 나이가 아주 많이 들어서 군대를 갔어. 내가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 바람에 눈이 많이 안 좋아졌거든. 그래서 좀 특별한 군복무를 한 거야.

 

선영: 큭, 삼촌: 방위였구나!

 

삼촌: 아니야, 그것보다 더 특별해. 대한민국에 공익근무요원이라는 것이 처음 생기던 시절, 모 구청 교통지도과에 소속되었었어. 불법주차 단속을 했지. 내가 떠서 호루라기 불면 온 동네가 난리가 났었다고. 시민을 위한 나랏일에 동참한 사람이야!

 

선영: 우와, 정말 대단하시네요. 호호. 

 

나는 키득거렸다.

 

삼촌: 자자, 본론으로 돌아가자. 군대 음악 얘기하다가 삼천포로 빠졌었구나. 세월이 흘러도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음악은 영혼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는 음악이야. 가사가 없는 음악인데도 진한 감동을 느낄 때가 있고, 또 가사도 모르는 외국 노래를 듣는데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 받은 적이 있지?

 

선영: 네, 그럴 때 있어요. 전에 인터넷에서 폴 포츠라는 사람이 노래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오페라 곡이었는데, 물론 저는 가사도 모르고 무슨 배경인지도 몰랐지만 노래를 들으니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삼촌은 손바닥을 한 번 마주치더니 드디어 오늘의 연설을 시작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는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묵묵히 삼촌의 말에 귀 기울였다.

 

 

 

삼촌: 그래, 나도 그 동영상을 봤어. 대단하더구나. 뭔가 느껴지는데 그걸 뭐라 말로 설명할 수가 없지? 그 음악의 메시지가 말로 전달된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이지. 첫 키스의 느낌을 말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니? 첫 키스를 해봐야 느낄 수 있는 거지. 

언어, 그 이전에 존재하는 순수한 생각 덩어리, 그것이 바로 느낌이야. 뇌의 언어중추를 통해 언어로 만들어지기 이전의 느낌. 세상의 모든 것은 눈에 보이건 보이지 않건 각자의 방식대로 진동을 하고 있어. 색깔, 냄새, 소리, 전자파, 감정……. 이런 게 다 진동이지. 물론 음악도 진동이야. 그런데 음악은 그저 소리의 진동만 담고 있는 게 아니라 감정의 진동도 담고 있어. 음악가가 작곡을 할 때 어떤 생각과 감정에 잠겨서 만들면, 그것이 그 음악의 진동에 고스란히 담기지. 그리고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이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그 진동은 또 변하고. 

 

삼촌의 설명이 길어졌다. 그래도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삼촌: 느낌 혹은 감정은 영혼의 언어야. 음악은 우리의 뇌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에게 말한단다. 대뇌의 언어중추에서 해석될 필요도 없이 음악은 바로 우리 영혼에게 속삭여. 전달하는 것은 바로 느낌, 감정이지. 우리 집에 기타가 두 대 있거든? 그 두 기타를 가까이 놓고, 한 기타의 줄 하나를 튕기면 다른 기타에서 같은 음의 줄이 덩달아 진동하는 거 아니?

 

선영: 아, 그래요? 옆의 기타를 울릴 것 같기는 한데, 같은 음의 줄이 진동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삼촌: 그래? 물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공명(共鳴)이라고 해. 이 현상은 마음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단다. 만약 네 안에 음악이 내는 진동과 같은 진동이 내재되어 있으면, 음악이 울릴 때 너도 덩달아 울린단다. 음악과 공명하는 거지. 네 안에 있던 진동이 음악 진동의 힘을 받아 더욱 커지는 거야. 음악의 진동과 꼭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진동이 네 안에 있다면, 이내 그 음악의 그것과 같아질 수도 있어. 또 설령 음악이 내보내는 진동의 주파수와 너의 주파수가 꼭 같지는 않더라도, 만약 음악의 진동이 강력하면 너는 어느새 그 음악을 따라가게 돼. 이것을 동조(同調)라고 해. 이처럼 음악은 힘이 있어. 너의 대뇌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너의 영혼을 사로잡지. 왜냐면 음악의 진동을 너의 온몸의 세포가 다 느끼기 때문이야. 너의 생각이 뇌에만 있는 게 아니잖아. 

 

선영: 네, 삼촌이 전에 세포 하나하나에도 마음이 있다고 하셨었죠.

 

삼촌: 그래, 그러므로 네가 듣는 음악의 느낌을 잘 살펴봐야 해. 만약 어떤 음악이 네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거나 불안하게 한다면 더 이상 듣지 마. 가사를 유심히 들어봐서, 슬프고 우울한 가사를 담은 노래라면 꺼. 

 

삼촌은 눈썹을 팔자로 만들며 이야기했다.

 

삼촌: 그런 진동에 공명하거나 동조하기를 거부하자는 거지. 대신 너를 고요하게 하거나 즐겁게 해주는 음악을 선택해봐. 마음속의 어지러운 생각들이 고요해질 때 몸 역시 편안한 이완 상태가 되거든. 몸과 마음이 일치를 이루며 평화로워지지. 몸이 이완되면 막혔던 기(氣)와 혈(血)이 소통되어 순조롭게 흐른단다. 눌렸던 길이 뚫리면서 자궁으로도, 난소로도, 머리의 뇌 속으로도 두루 통하는 거야. 단, 마음이 고요해지되 우울해지지는 않는 음악을 선택해야 해. 명상 음악으로 나와 있는 음악들이 대개 무난하지. 밝은 느낌의 재즈음악도 좋고, 무엇이든 네가 느끼기에 싱그럽고 파릇한 봄날 같고, 청명한 가을 하늘 같은 느낌을 주는 음악이면 다 좋아. 즐겁게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도 물론 좋지. 음악의 멜로디에 맞추어 허밍을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야말로 그 음악의 진동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강력한 방법이야. 

 

선영: 맞아요, 삼촌:.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면 무슨 이야기인지 바로 알 것 같아요. 가사와 멜로디 모두, 슬픈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 내가 슬플 이유가 없는데도 눈물까지 흘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삼촌: 우울하고 슬픈 음악을 멀리하라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그리고 음악은 대개 기억과 연결되어 있어. 사람들에게 아무리 좋은 음악일지라도 만약 너에게 그 음악이 불쾌한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면 그 음악이 최악일 수도 있지. 네가 그 불쾌한 기억을 갈아엎을 만한 힘이 지금 없다면 그것과 연결된 음악은 멀리하렴. 좋은 음악은 영혼에 힘을 주고 마음에 안식을 주는 약과 같아. 영혼에 안식을 주고, 영혼을 즐겁게 하는 음악의 리스트를 잘 추려두렴. 그리고 그 음악에 자신을 공명시키고, 동조시킨다면 보약보다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거든. 

 

선영: 오, 음악이 보약보다 더 좋은 효과를 줄 수 있다면 이제부터 정말 좋은 음악을 골라 먹어야겠는데요? 

 

삼촌: 너의 하루하루 삶 속에 좋은 배경음악을 잘 깔아봐. 같은 영상이라도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에 따라 그 영상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단다. 음악은 때로 우리가 핵심이라고 느끼는 실제 사건보다도 더 큰 진동이 있단다. 꼭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니라 네 마음속에서부터 좋은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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