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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29. 감정을 놓아주자

삼촌: 선영아, 어떤 감정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은데 계속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지? 화내고 싶지 않은데 계속 화나고, 슬프고 싶지 않은데 계속 슬프고, 우울하고 싶지 않은데 계속 우울하고 말이야.

 

선영: 네, 제 의지하고 상관없이 그럴 때가 있죠.

 

삼촌: 나는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 생각이나 느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걸 정말 내가 생각한 걸까?

 

선영: 뭐죠, 그 말씀은?

 

삼촌: 바로 5분 전에도 나는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알 수가 없었거든. 물론 예상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대략 예상은 하지만, 잠시 뒤에 전혀 예상치 못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돼.

 

삼촌은 뒤로 물러 앉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삼촌: 사실 생각은 언제나 현재에만 존재해. 과거를 회상하는 것도 현재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 미래를 예상하는 것도 바로 지금 현재 생각하고 있는 거지.

 

흔히 얘기하는 ‘지금, 이 순간’을 말씀하시려는 건가 싶었다.

 

삼촌: 너 갑자기 뭔가 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지 않니? 예를 들면 난데없이 고등학교 때 친구 생각이 든다거나 말이야.

 

선영: 맞아요, 그럴 때가 있어요.

 

삼촌: 그 친구 생각을 하려고 계획했던 건 아니지? 물론 예상할 수도 없었고. 그냥 문득 생각이 난 거잖아. 어디 그뿐이니? 문득 떠오르는 말도 있고,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도 있고, 문득 떠오르는 노래도 있고, 문득 떠오르는 느낌도 있어, 그치?

 

나도 뜬금없이 만화 주제가를 흥얼거리게 될 때가 있어 쉽게 수긍을 했다.

 

삼촌: 작곡하는 사람들 말이야, 어느 날 갑자기 악상이 쫙 떠올라서 5분 만에 곡을 써버리기도 한다잖아. 악상도 일종의 생각이지. 언어로 된 생각이 아니라 멜로디로 된 생각. 갑자기 하늘이 열리고 멜로디가 쏟아져 들어오는 거야. 나도 그런 적이 있어. 꿈에서 정말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는 거야. 생전 처음 들어보는……. 꿈을 꾸면서도 “우와, 이 멜로디를 기억할 거야.”라고 다짐했지. 근데 깨니까 싹 없어지더라.

 

선영: 삼촌, 별의별 꿈을 다 꾸시네요.

 

삼촌: 선영아, 내가 살면 살수록 드는 생각인데, 생각이나 감정은 내 머리가 만들어내는 게 아닌 것 같아. 어디선가 여기로 보내지는 것 같아. 무심코 샤워하다가 기막힌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고, 탕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유레카를 외치기도 하니 말이다. 좀 특별한 생각을 하게 되면 영감이 떠올랐다고 하잖아. 근데 어디 영감만 그러니? 우리가 하는 생각은 다 생각지 못했던 생각이기도 해.

 

어떤 생각은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로 이해됐다. 

 

삼촌: 어쩌면 우리는 라디오나 텔레비전처럼 어디선가 날아오는 생각과 감정을 수신하는 수신기일지도 몰라. 내가 한번, 허공이 진짜 허공은 아니라고 말했지? 우리가 송신기이지 수신기라는 말도. 이 뇌가 말이야, 저장장치가 아니라 수신장치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 인지하지 못했던 차원에서 날아온 생각 덩어리가 우리의 신경으로 수신되고 그것을 우리 뇌의 언어중추가 해석하여 언어로 풀어내는 것인지도 모르지. 우리는 언어로 생각하거든.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생각은 느낌 또는 감정이라고 하는 거고.

 

삼촌은 마치 내가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한 번 씨익 웃고는 말을 이었다.

 

삼촌: 너 오늘 여기 올 때 버스 타고 왔지?

 

선영: 네, 그런데요?

 

삼촌: 버스 타고 오면서 정말 많은 소리를 들었을 거야. 버스 엔진 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 에어컨 소리, 옆 차선의 오토바이 소리, 다른 사람이 떠드는 소리……. 사실 버스 엔진 소리만 해도 얼마나 시끄럽니. 하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 거야. 네게 별 의미 없는 소리였기 때문에 신경을 꺼버렸겠지. 근데 그 무의미한 버스 소리를 신경 써서 듣기 시작하면, 그 소리가 거슬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어. “아, 정말 버스 소리 때문에 책을 못 읽겠네.” 하게 될 수 있다고.

 

선영: 제가 신경을 곤두세우면 말이죠.

 

삼촌: 생각도 그래. 네가 버스에서 수많은 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떠올라. 그중에 네가 신경을 쓰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네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 되는 거야. 생각 역시 무심히 흘려보내면 버스에서 들렸던 수많은 소리처럼 그대로 없어져. 네가 페이스북 화면에서 뉴스 피드들을 쓱쓱 넘기듯이 네가 잡지 않는 생각들은 쓱쓱 지나간다고.

 

하긴 내 생각이 나로부터 시작되지 않는 것일 때가 많았다. 페이스북이나 포털의 뉴스를 보면서 시작되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그게 다 어디선가 날라오는 정보들 아닌가.

 

삼촌: 근데 어떤 생각과 감정은 꽤 부정적이어서 자신이 그걸 생각하고 느낀다는 것이 괴로울 때가 있어. ‘아, 정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왜 이런 감정을 느끼지?’ 하면서 말이지.

 

삼촌은 괴로운 것처럼 잠시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가 다시 얼굴을 풀었다.

 

삼촌: 이때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우선 이 생각과 감정은 네가 만든 것이 아니라 네 앞에 그저 떠오른 것들이라고 생각해봐.

 

선영: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떠오른 생각이라……. 마치 페이스북 화면에 보이는 정보나 소식 같은 거라고 생각해보자는 거죠?

 

삼촌: 그래, 우리 마음이잖아.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겠다는데 뭐. 그리고 그게 진실일 수도 있잖아. 신의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니깐. 하여간 이렇게 생각하면 자신에 대해 자책하거나 괴로워하는 마음이 없어진단다. 생각과 감정은 새처럼 우리 머리 위를 날아다니다가 잠시 우리 머리에 앉을 수도 있어. 그럴 수도 있지. 이때 우리가 그 새를 잡아두면 거기에 둥지를 튼단다. 그러나 그냥 놔두면 다른 데로 날아가지.

 

선영: 감정이 날아간다고요?

 

삼촌: 우리는 살면서 감정이 확확 바뀌는 경험을 이미 많이 해왔어. 화가 나서 상대에게 마구 퍼붓고 있는데 상대가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하는 바람에 갑자기 웃겨서 화가 풀어질 때도 있고, 또 상대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하면 눈 녹듯이 분노가 사라지기도 하잖니? 슬픈 생각을 하다가도 친구가 유쾌한 얘깃거리로 화제를 돌리면 어느새 슬픈 감정이 없어지기도 하지.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지 않았니? 그런데 웬걸, 갑자기 확 달라진 적도 많았을걸?

 

선영: 그런 건 잠깐이고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여전히 힘들잖아요.

 

삼촌: 맞아. 슬픈 일이 생겨서 슬픈 감정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머리 위로 날던 새가 내려앉듯이 슬픔도 그렇게 우리를 찾아오지. 그러나 계속 슬퍼할 것인지 아닌지, 즉 그 감정을 계속 잡고 있을 것인지 보낼 것인지는 우리 자신이 선택하는 거야.

 

선영: 내가 슬픔을 선택한 거라고요?

 

삼촌: 선영아, 오해하지 말고 들어. 슬픔을 느낀 것에서 더 나아가 계속해서 슬퍼하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슬픔을 잡고 있는 거야. 가령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무척 슬프지. 근데 일상을 살다보면 슬픔을 느끼지 않게 되는 순간도 분명히 있어. 그러나 우리는 이내 다시 슬픔으로 돌아가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는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슬프지 않을 수 있어. 슬픈 게 당연하다, 슬퍼해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가 슬픔을 선택한단다. 슬퍼하지 않으면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게 되니까.

 

선영: 하지만 삼촌, 슬퍼하려고 슬퍼하는 건 아닌데요, 생각할 새도 없이 슬퍼지잖아요.

 

삼촌: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되자는 뜻은 아니야. 계속 슬퍼하는 것이 나쁘다는 뜻도 아니고. 다만 감정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똑바로 인식하자는 말이야. 감정은 결코 우리를 사로잡을 수 없어. 우리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우리는 감정보다 큰 존재야. 이제부터 삼촌:처럼 믿어봐. 네가 어떻게 믿는가가 너의 경험을 결정한단다. 생각대로!

 

선영: 그럼 우울한 마음, 슬픈 마음을 쉽게 놓아버릴 수 있나요?

 

삼촌: 그럼! 주도권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 일단은 어떤 감정이건 그 감정을 판단하지는 말자. 감정에 옳고 그름은 없어. 하지만 기분이 좋은 감정과 기분이 나쁜 감정은 분명히 있지. 그러니 기분 나쁜 감정을 지금 원치 않는다면 그 감정은 놓아주자고. 무기력감, 권태감, 의욕 없음, 우울함, 화, 억울함, 슬픔, 자포자기, 자괴감, 좌절감, 패배감……. 이런 감정들 기분 나쁘잖아. 봐라, 내가 이 단어들을 말하니까 네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어. 단어만 들어도 기분이 나빠지지?

 

그랬나보다. 단어에는 확실히 에너지가 있다.

 

삼촌: 잡지 않고 놓으려면 우선 감정을 관찰할 수 있는 자리로 가야 해. 그래서 아까 내가 너를 그 자리로 안내했던 거야. 살짝 떨어져서 감정을 관찰하면서 아직은 언어화되지 않았던 너의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 그것을 드러낸 거야. 그리고 그 감정을 놓아두고 멀어져본 것이지. 이게 다야.

 

선영: 제가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감정과 저를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것이 알듯하면서도 여전히 좀 생소하네요.

 

삼촌: 그래, 생소하지. 인생은 늘 생소한 거야. 언제나 새것이지. 한번 다르게 생각해보는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온 것이 다 진실이라는 법이 어디 있니? 누군가 춤을 출 때 말이야, 춤추는 사람과 춤은 사실 분리될 수가 없어. 그 사람에게서 춤이 나오고 있으니 사람을 지우면 춤도 지워져버리거든. 그러나 생각으로는 분리할 수 있지. 누군가 탱고를 추고 있다면 그 사람과 탱고라는 춤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있잖아. 나와 감정도 마찬가지야. 일체라고 생각하면 일체이고 분리해서 생각하면 분리되는 것. 이것은 만물의 이치와도 통한단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 ‘의도’거든. 의도를 가지고 생각하면 그 의도대로 생각되는 것이 의식의 세계란다.

 

선영: 음, 오늘 얘기는 정말 생각해볼 게 많네요. 어쨌거나 아까의 경험을 통해서 저의 나쁜 감정이 9점에서 2점으로 줄었으니까요.

 

삼촌: 살면서 원치 않는 생각과 감정이 떠오르더라도 당황하거나 괴로워하지 마. 네가 말도 안 되는 개꿈을 꿀 수 있듯이 맨정신에서도 얼마든지 그런 생각이 너를 찾아올 수 있어. 그러나 그 생각을 계속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너의 선택이고 재량이니 너의 권위를 항상 잘 기억하렴. 

 

그래, 맞아. 나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지. 오늘은 그걸 기억하자.

 

삼촌: 생각과 감정을 떨쳐내려고 애쓸 필요 없어. 뭐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거니까. 원치 않으면 잡지 말고 그냥 지켜봐. ‘아, 내게 이런 생각이 왔네?’ 하면서. 아까 했던 것 알지? 새가 날아가듯이 결국은 날아가버릴 거야. 만약 원치 않는 감정이라면 그 수치를 매겨봐. 떠나갈 때까지 계속. 그럼 점점 그 수치가 낮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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