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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25. 감정은 영혼의 언어야

삼촌은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치켜들었다가 가슴에 갖다대었다.

 

삼촌: 가슴에도 언어가 있어.

 

난 삼촌이 무슨 드라마 대사를 읊는가 싶었다.

 

삼촌: 라틴어, 히브리어 같은 언어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모든 생명체는 이미 언어를 가지고 있었어. 언어 그 이전의 언어지. 말로 표현되기 전의 생각 덩어리, 감정 덩어리.

 

선영: 언어로 표현되기 전의 과정이네요?

 

삼촌: 맞아. 시골길을 걷다가 이름 모를 들꽃을 만났다고 상상해봐. 그것을 바라보면 네 마음속 생각과 감정 한 덩어리가 생겨. 그 감정이 아직은 언어로 표현되기 전이지. 그런데 대뇌에 있는 언어중추가 그 느낌을 해석해서 언어적 코드로 풀어내버리면 말이야, 그 생각은 너의 언어적 표현에 갇혀버려. 얼마나 다양한 단어를 알고 있느냐의 문제도 있겠지만, 어쨌든 언어 자체는 유한하니까.

 

선영: …….

 

 

 

삼촌: 색깔은 빛이 만들어내는 거거든? 근데 사람 눈은 빛을 빨주노초파남보 수준으로밖에 못 봐. 그걸 가시광선이라고 해. 그러나 빨간색 밖에는 적외선이 있고, 보라색 밖에는 자외선이 있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눈에 보이는 것이 빛의 전부가 아니야. 언어와 감정도 이와 비슷해. 언어가 눈에 보이는 색깔이라면 감정은 광선 그 자체야. 감정은 언어보다 더 스펙트럼이 넓어. 그래서 감정은 언어보다 에너지가 더 커. 감정은 우리의 전(全) 자아로 깊이 스며드는 메시지 그 자체이지.

 

감정은 언어보다 에너지가 큰 존재였구나. 

 

삼촌: 감정은 영혼의 언어야.

 

입을 다문 채 눈을 꿈뻑거리고 있는 나를 보며 삼촌이 빙긋이 웃었다.

 

삼촌: ‘뭘 이렇게 장황하게 얘기하는 건가.’ 네 표정이 그렇구나.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볼래?

 

선영: 삼촌, 저 지루해하는 거 아니에요. 삼촌: 얘기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는 거예요. 이해하고 나면 제가 감정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게 될 거 같아요.

 

삼촌: 그래 계속해보자. 감정은 말이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몸과 마음에 영향을 끼친단다. 우리 심장은 의지에 반응하지는 않지만, 감정에는 반응하는 시스템이잖아.

 

선영: 그게 자율신경이라고 부르는 의식체계라고 하셨죠.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의식이니 잠재의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하셨고요.

 

삼촌: 옳지, 기억하고 있구나. 그러니까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니! 감정은 의지와 상관없이 잠재의식으로 바로 들어가 우리의 신경계에 영향을 끼쳐. 좋은 감정은 몸에 좋은 영향을, 나쁜 감정은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나쁜 감정으로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파진단다.

 

선영: 그러면 슬픈 것, 우울한 것, 짜증나는 것은 나쁜 거겠네요?

 

삼촌: 그래 아주 좋은 질문이야. 그런데 여기서 좋은 감정, 나쁜 감정을 얘기할 때, 그 ‘좋다, 나쁘다’는 것은 선악의 문제를 말하는 것은 아니야. 인간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인걸. 세상이 무지갯빛이라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무지갯빛이라 아름다운 거지. 다만 슬픔, 우울, 짜증, 불안과 같은 감정들은 그 감정에 너무 오랫동안 사로잡히면 그것이 사람의 에너지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그래서 나쁘다고 하는 것뿐이야. 나쁘다는 단어가 표현이 좀 빈약하구나. 하지만 뭐라 다른 단어를 못 찾겠는걸?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할까? 하여간 단어마다 뉘앙스가 조금은 다르구나.

 

선영: 아, 네, 무슨 말인지 감 잡았어요.

 

삼촌: 임신이 안 되어서 힘들면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게 될 때가 많아. 왜 안 그렇겠니. 그런데 이 ‘감정’이라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 슬프면 슬픈 대로, 우울하면 우울한 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그냥 그 감정을 아무 생각 없이 놔두지. 비 오는 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거기다 슬픈 음악까지 곁들이고 말이야. 마음 따라 몸이 가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

 

선영: 감정이 하는 역할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감정의 역할을 생각해본 적 없으니까요.

 

삼촌: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래서 그렇지. 눈에 보이지 않고 귀로 들리지 않으나 느낄 수 있는 그것, 감정에 꼭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결국 물질을 만드는 에너지이니까. 우울하면 머릿속에 있는 뇌만 우울한 걸까? 아니지, 우리 몸과 마음 전체가 우울한 거지. 우울한 마음은 우울한 몸의 반응을 만들어낸단다. 우울증이 있을 때 가장 주된 증상이 뭔지 아니? 바로 피곤한 거야. 뇌가 피곤한 게 아니라 몸이 피곤하지. 기운이 없어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지. 몸 안의 모든 세포 하나하나에도 다 마음이 있다고 했지? 그러므로 몸 안의 모든 세포가 다 우울하단다. 그것을 한의학에서는 간기울체(肝氣鬱滯)라고 해.

 

선영: 간기울…… 뭐요? 우울하면 간에 문제가 생기나요?

 

삼촌: 응. 그런데 네가 생각하는 간과 내가 말한 간은 그 용어가 다른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마. 내가 지금 말한 간은 오른쪽 윗배에 있는 간을 말하는 게 아니야. 한의학에서 간은 봄의 기운과 나무의 속성을 갖는 기능을 말한단다. 씨앗이 새싹이 되고, 새싹이 나무가 되는 것처럼, 간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성장과 소통을 주관하는 기능계통이야. 그래서 간은 기와 혈의 흐름을 쭉쭉 뻗어나가게 해주고 기분을 조화롭게 해주지.

 

선영: 술 마시면 간이 나빠진다고 할 때의 그 간이 아니군요?

 

삼촌: 응, 용어의 혼동이지. 한의학은 심신의학적이라 몸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다보니 서양의학적인 용어들과 혼동을 일으킨단다. 하여간 너무 뻗쳐도 안 되고, 너무 억눌려도 안 되는 것이 바로 간의 기운이야. 만약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감정적으로 그것을 잘 처리하지 못하고 억누르기만 할 때 간의 기운이 막히게 돼.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때 “으으 쌓인다 쌓여!”라는 비명을 지르지? 풀어지지 않고 통하지 않고 쌓인다는 뜻이지. 바로 이런 상황을 간기울체 혹은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고 한단다. 막히는 것은 울체, 막힌 것이 뭉쳐서 덩어리져버린 것을 울결이라고 해.

 

선영: 음, 스트레스는 결국 뭉치고 덩어리져서 소통하지 못한다는 거네요? 몸에 안 좋으니 당연히 임신에도 악영향을 주겠고. 

 

삼촌: 그래, 맞아. 스트레스 받으면 생리가 불규칙해지거나 배란이 잘 안 되는 사람도 있어. 물론 기본적으로 호르몬 조절 계통이 취약한 여성들이 그러한데, 이때 생리불순, 배란 장애를 촉발시키는 요인이 바로 스트레스란다.

 

선영: 아, 저 고3 때 생리를 잘 안 하고 그랬어요.

 

삼촌: 그래, 스트레스가 너의 배란을 억제했던 거지. 배란이란 난자가 난소 표면을 뚫고 나오고, 난포가 황체로 변화하는 거잖아. 봄의 기운, 나무의 기운, 변화의 기운인 간이 역할을 하는 거란다. 그런데 스트레스 때문에 간의 기운이 막히면, 배란이 잘 일어나지 않고 생리도 제때에 잘 하지 못하게 된단다. 물론 모든 배란장애가 다 스트레스 때문만은 아니지만 말이다.

 

선영: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것, 감정을 잘 처리한다는 것, 이거 쉽지만은 않은 일이에요.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은 둘째 치고, 지금은 임신 자체가 스트레스예요. 시댁 눈치 보는 것도 힘들고, 임신이 안 되니까 부부 관계도 전처럼 좋지만은 않고요. 그러다보니 배란일인데 피곤하다고 그냥 자자 그러고.

 

삼촌: 그래, 스트레스가 되는 게 너무 당연하지, 왜 안 그렇겠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르지. 나 역시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너처럼 힘들어했던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선영: 이 문제가 정말 제 인생의 발목을 잡네요. 다른 건 다 내 맘대로 되었는데, 하여간 임신 문제 때문에 항상 예민해져 있는 것 같아요. 짜증도 많이 나고 잘 우울해지고 남편이랑 다툼도 많아지고…… 속상해요.

 

삼촌: 그럼 우리 다음에 만날 때는 감정 다스리는 법을 배워보자.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이 튼튼해지고 두꺼워지는 것처럼, 마음도 역시 훈련하면 더 강해지고 통제력을 갖게 된단다. 몸 운동만 하지 말고 마음 운동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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