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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23. 기록되지 않는 생각은 없다

삼촌: 우리가 눈, 코, 입, 귀와 피부로 받아들인 정보, 즉 우리가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은 우리의 의식 속에 고스란히 저장된단다.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말이야. 컴퓨터는 이것저것 입력한 뒤에 저장 버튼을 눌러야 저장되지만, 우리의 의식은 저장 버튼이 따로 없어. 받아들인 모든 정보, 생각했던 모든 생각이 고스란히 다 자동으로 저장되지.

 

선영: 그럴까요? 저는 외웠던 것도 다 까먹는데요? 기억력이 떨어져서 걱정인데…….

 

삼촌: 저장된 생각을 다시 불러내어 회상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또 다른 문제야. 기억해낼 수 없다고 해서 그 기억이 없어진 건 아니야. 기억이라는 생각은 잠재의식에 분명히 고이 저장되어 있단다. 너 컴퓨터에 파일 저장해놓고 파일 이름을 무엇으로 했는지, 또 어느 폴더에 넣어두었는지 몰라서 한참 찾다가 못 찾은 경험 있지?

 

선영: 네, 있어요.

 

삼촌: 네가 못 찾았을 뿐이지, 컴퓨터에 그 파일이 없는 건 아니잖니?

 

선영: 그렇죠. 컴퓨터 안에 있긴 하죠.

 

삼촌: 똑같아. 없어지지 않아. 사람이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는 의식 속에 다 저장돼. 사람의 의식, 그건 저장 용량이 어마어마하거든. 뭐 사실 측정 불가지.

 

삼촌은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큰 원을 그리면서 말했다.

 

삼촌: 자, 생각해봐. 새카맣게 잊어버렸던 어렸을 적 기억 말이야, 어느 날 갑자기 팍 떠오른 적 있지? 어떤 장소에 갔다가, 어떤 노래를 듣다가, 아님 뭐 그냥 괜히 팍 떠오를 때가 있잖아.

 

선영: 맞아요, 그럴 때 있지요.

 

삼촌: 그렇다니까. 기억은 없어지지 않아. 다만 다 떠오르지 않을 뿐이지.

 

삼촌은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내며 자신의 말에 힘을 실었다.

 

삼촌: 사람의 의식은 의식 상태에 따라서 현재의식과 잠재의식으로 구분해볼 수 있어. 현재의식은 표면에 떠 있는,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의식이야.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RAM에서 돌아가고 있는 프로그램인 거지. 컴퓨터를 끄면 꺼지고 다시 켜서 실행시키면 돌아가는 프로그램. 지금은 내 현재의식이 생각하고 있는 거지.

 

삼촌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옆쪽 머리를 가리켰다.

 

삼촌: 물론 많은 순간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무심히 살아가. 그러나 마음을 챙겨보면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이 들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지. 하여간 의식하며 살건, 그냥 무심히 살건, 우리의 생각은 고스란히 의식 속에 

기록돼. 기록되지 않는 생각은 없단다.

 

삼촌은 다시 손가락으로 이마 쪽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삼촌: 그런데 말이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계속 생각하면 그게 신념이 되고, 같은 감정을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느끼면 그 감정의 뿌리가 깊어진단다. 쌓여서 단단해지는 거지. 예를 들어 네가 초록색을 좋게 느끼고 초록색과 함께 좋은 생각과 좋은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끼면, 그 좋은 경험이 고스란히 잠재의식에 저장돼. 그러고 있다가 네가 초록색을 다시 보게 되면 초록색과 함께 각인된 기분 좋은 반응이 네 잠재의식 차원에서 발동되지. 너의 현재의식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네 몸은 그것을 느끼게 된단다. 즉, 너도 모르게 네 몸이 반응하는 거지. 잠재의식에 저장된 생각과 감정은 결코 그냥 잠자고만 있지 않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생각의 결과를 만들어낸단다.

 

 

삼촌의 말을 들으며 나는 천천히 눈을 껌뻑였다. 내가 경험한 감정과 느낌, 생각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모두 내 의식 안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했던 부정적인 생각들까지 고스란히 있다는 생각에 말이다. 

 

삼촌: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라는 것을 들어본 기억이 있을 거야.

 

 

 

선영: 네, 들어본 것 같아요.

 

삼촌: 개한테 밥을 줄 때 늘 전등이 켜졌을 때 밥을 줬지. 늘 전등불과 함께 찾아오는 밥, 그 즐거운 경험과 즐거운 감정은 개의 잠재의식 속에 쌓였지. 그러다가 어느 날 밥을 주지 않고 그냥 전등만 켰어. 그런데도 개가 침을 흘리더라는 거지. ‘앗, 전등이 들어왔으니 이제 밥때가 되었구나.’ 개가 이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지. 생각할 틈도 없이 그냥 반사적으로 침이 나오는 거야. 개의 잠재의식이 침을 나오게 한 것이지. 이렇듯 잠재의식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몸을 움직인단다. 조건화된 상황이 만들어지면 말이다.

 

선영: 제가 무심코 살아갈 때에도 제가 했던 생각과 느꼈던 감정들이 제 잠재의식 속으로 들어가서 뿌리를 박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리고 잠재의식이 제 몸의 보이지 않는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삼촌: 그래, 그러니까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주의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어.

 

몸에 영향까지 준다니, 흠……. 나는 잠깐 사이에 많은 생각을 했다.

 

삼촌: 네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몸은 너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어. 네 눈에 보이니까 움직일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저절로 생겼지.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내부의 움직임은 말이야, 그 존재 자체를 네가 인지할 수 없었기에, 그것을 움직여보려는 생각조차 안 했지. 그래서 너의 현재의식은 그것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었어. 대신 너의 잠재의식이 그걸 맡았지. 내장을 움직이는 것, 호르몬을 만드는 것, 호르몬 신호를 전달하는 것. 이런 일들은 잠재의식이 맡아서 하는 일이야. 그렇다면 잠재의식이 몸속 움직임을 제대로 잘 수행하게 하려면 말이야, 네가 잠재의식 속으로 좋은 생각들을 넣어줘야 하겠지?

 

선영: 좋은 음식만 먹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좋은 생각을 먹으려고 노력해야 하겠네요.

 

삼촌: 그렇지, 바로 그거야. 마음먹는다는 말 알지? 아무리 좋은 음식, 좋은 약을 먹어도 나쁜 생각, 나쁜 감정을 지속적으로 쌓아두면 몸에 독이 쌓일 수도 있어. 하지만 좋은 생각, 좋은 감정, 그것은 좋은 물질을 만들어낸단다. 마음은 몸의 지휘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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