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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20. 무한대분의 1이 과연 0일까?

선영: 그럼, 삼촌, 제가 기적적으로 임신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삼촌: 우리 앞에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어. 네가 기적적으로 임신되는 것은 그 가능성 중의 하나야. 그 가능성이 희박한가 아닌가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그럴 필요는 없지. 그저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꾸나. 모든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고 결과에 초연하는 것. 이것이 기적을 부르는 태도란다.

 

선영: 그럼 저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군요.

 

삼촌: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지. 이 생각을 우리가 믿는다면 그 믿음은 분명 강력한 힘을 발휘할 거다. 오늘 너의 의식 속에 이 믿음 하나 심어둬. 사실 말이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기적이란다. 다만 그게 기적이라는 것을 미처 모를 뿐이지.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기적이다……. 의미가 있는 말이었다.

 

 

삼촌: 수학 시간에 무한대분의 일이 뭐라고 배웠니? 그건 0이라고 배웠지? 그런데 말이야,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이 무한대분의 일이라면, 그건 도대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니 아니면 없다는 말이니?

 

선영: 음, 글쎄요. 무한대분의 일이라면 그건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고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아닌가? 그래도 가능성이 완전히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삼촌: 무한대분의 일의 가능성이 있는 그 일이 만약에 일어난다면 0이라는 그 확률은 의미를 잃는다. 그 사건이 일어나는 순간, 확률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사건, 즉 1이 되어 버리니 말이다.

 

선영: 그럼 실제로 수학적인 무한대분의 일과는 다른 경우가 있을까요?

 

삼촌: 너와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확률도 무한대분의 일이었다. 그 확률은 정자 수백억 개 곱하기 난자 수백만 개 곱하기 DNA 30억 쌍 곱하기 30억 쌍 중의 하나였지.

 

선영: 헐…….

 

삼촌: 그런데 봐봐, 바로 네가 태어났잖니. 무한대분의 일이 반드시 0은 아닐 수도 있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면 무한대분의 일은 0이 아니라 1이 된다. 너는 그 확률 속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된 인간이야. 다만 0.0000001 퍼센트의 가능성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주목해라. 너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도 마찬가지야. 이제부터 확률 따위는 잊고 다만 너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믿어라. 이 세상은 모든 일이 다 일어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장(場)이다. 너는 너의 우주의 중심에서 너에게 좋은 일을 창조해가면 된다.

 

 

선영: 삼촌은 지금 수학 논리를 파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삼촌: 하하, 이 세상은 가설을 기반으로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건 과학의 역사를 조금만 공부하면 금방 이해할 거다. 자, 꿈 얘기로 돌아가볼까? 꿈 역시 전부 개꿈이고,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닐 거야. 꿈에서 만나는 생각과 정보는 때로는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하지. 소위 용꿈, 돼지꿈 하는 식의 상징일 수도 있고, 태몽이라 불리는 수많은 종류의 상징들도 있지. 꿈이 필연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도 있음에 우리 자신을 열어두면 어떨까? 직감을 통해서 오는 믿음이 선물이라고 얘기했던 것처럼, 꿈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믿음 역시, 우주 또는 네가 믿는 신이 너에게 보내는 선물일 수 있어. 우주 또는 우리의 신은 꿈을 잡는 사람에게 메시지가 담긴 꿈을 선물해준단다. 직감을 자꾸 쓰면 발달하는 것처럼, 꿈이 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는 연습을 많이 하면 그 능력도 발달한단다. 그러면 태몽을 꾸고, 태몽을 믿고, 태몽이 현실화되는 일을 체험하게 될 것이고.

 

선영: 삼촌은 한의사라서 그런가요? 서양의학을 공부한 의사들은 이런 얘기 하지 않는 거 같은데요?

 

삼촌: 진료실에서는 나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아. 사실 이런 얘기를 나눌 만한 여유가 없기도 하고. 서로 충분히 공감하지 않는 얘기를 했다가 자칫 오해를 사기도 쉽지. 글쎄, 이런 문제는 의사냐 한의사냐가 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가 아닌가의 문제일 거다. 사람, 이 세상, 그리고 우주와 신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지 않니? 그러니 다른 생각들에 대해서 마음을 열어놓을 수밖에. 마음을 열어야 다른 것을 배울 수 있게 되거든.

 

선영: 사실 엄마나 할머니는 직감이나 꿈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저는 그것이 늘 미신이다, 비과학적이다, 그렇게만 생각했고요.

 

삼촌: 물질주의적 세계관, 결정론적이고 선형적인 운명관에 기반한 서양과학이 사람의 영감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보이지 않는 것, 측정되지 않는 것에는 의미를 두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러나 과학자들이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될 때 그 지식은 어디서 오는 것 같니? 그 지식은 직감 또는 영감의 형태로 온단다. 아무에게나 영감이 들어오지는 않아. 99%의 노력을 하고 있던 사람에게 결정적으로 1%의 영감이 들어오는 거야. 그 1%의 영감을 포착할 수 있는 사람은 남들이 닫아 놓고 보지 않던 곳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본 사람들이란다.

 

 

선영: 그렇군요. 직감이건, 영감이건, 꿈을 통해서건 저에게 희망이 보이면 좋겠네요.

 

삼촌: 너에 대해서, 아니면 자연에 대해서, 아니면 신에 대해서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렴.

 

선영: 그런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뭘 믿어야 하는 거죠?

 

삼촌: 내가 한 가지 믿는 것이 있어.

 

선영: 그게 뭔데요?

 

삼촌: 난 결국 다 잘 될 거라는 것을 믿는다. ‘All is well.’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들은 다 잘 되기 위해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믿는다. 자연의 뜻은 좋은 것, 선한 것이라고 믿는다.

 

선영: 그건 그저 삼촌의 믿음일 뿐 아닌가요?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삼촌: 내가 이제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할게.

 

삼촌은 양손을 모으고 턱을 받치면서 말했다.

 

삼촌: 삼촌은 무언가를 믿을 때, 그게 꼭 사실인 것을 확인하고 믿지는 않아. 믿을 만한 가치가 있으면 믿는다. 너는 사실이라고 확인해야만 믿니? 하지만 네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도 사실은 사실과 다를 수 있어. 네 눈에 빨간색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은 빨간색이 아닐 수도 있고, 네가 속이 꽉 차있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은 속이 텅 빈 것일 수도 있어. 다만 네가 그렇게 믿기 때문에 너에게 사실이 된 것이지.

 

선영: ……. 

 

 

삼촌: 자, 지금까지 네가 임신이 잘 안 된 것은 뭔가 원인이 있었기 때문인 것은 분명해. 그러나 꼭 알아야 할 것은, 지금의 결과가 결코 결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말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야. 너에게 일어나는 일은 항상 같은 결말, 즉 한 가지 목적을 향하고 있어.

 

선영: 저에게 일어나는 일에 목적이 있다고요?

 

삼촌: 그래, 그 목적이 무엇이냐면, 바로 너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거란다. 너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어우러져서 선(善)을 이루게 되지. 그게 네 인생이 향하고 있는 목적이야.

 

선영: 아,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삼촌: 삼촌이 만났던 환자 얘기 하나 해줄까? 임신이 잘 안 되어서 고생고생하다가 정말 어렵게 임신이 되고 뛸 듯이 기뻐했지.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고, 임신 8주 만에 유산이 되었단다. 어찌나 상심이 컸는지 심한 우울증에 빠졌지.

 

임신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 보면 다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삼촌: 삼촌도 그 환자가 안타까워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 환자는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8개월 뒤에 다시 임신을 했고, 무사히 출산까지 했단다.

 

선영: 와, 좋았겠다.

 

삼촌: 그녀가 8주 만에 유산이 되었던 것은 물론 이유가 있었어. 회사에서 과로해야만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고, 업무상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 그녀는 유산 후에 우울증에 빠지고 심하게 괴로워했어. 다 자기가 잘못해서 유산이 되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지. 그러나 생각해봐. 유산이 된 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냐. 그런 상황에서 계속 임신을 유지하는 것이 꼭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지혜롭게 유산된 거야. 임신이 계속 유지되었다면, 엄마도 힘들고 태아도 힘들었을 수 있어. 그래서 더 좋은 때와 상황에 임신을 하기 위해 지혜롭게 유산한 거야.

 

선영: 유산도 지혜로운 일이라고요?

 

삼촌: 결과를 봐봐. 결국 더 건강한 상태에서 임신을 했잖니. 유산은 과정이었을 뿐이야. 결국 더 좋은 일이 찾아오지. 계속해서 말이야. 삼촌은 그걸 믿으면서 산다.

 

선영: 그렇게 믿을 수만 있다면 정말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네요.

 

삼촌의 믿음이 부러웠다. 나쁜 일도 좋은 것으로 믿을 수 있다면 세상에 고민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삼촌: 내가 생각은 에너지라고 했지? 그런데 생각 중에는 에너지가 강한 생각이 있고, 에너지가 약한 생각이 있어. 그저 잡생각으로 지나가는 생각은 별로 에너지가 없고, 반복해서 생각하며 마음속 깊이 신념으로 뿌리내리는 것은 에너지가 강하지. 믿음은 에너지가 강한 생각이야. 만약 자신의 몸에 대해서 계속해서 긍정적인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 에너지가 잠재의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반드시 몸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거야.

 

선영: 알겠어요. 믿음을 가져볼게요.

 

삼촌: 믿음이 꼭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만은 아냐. 산에 길이 어떻게 생기는지 아니? 원래 산에는 길이 없었잖니. 그런데 한 사람이 풀숲을 헤치고 걸어가면 그 흔적이 생기고, 또 한 번 헤치고 걸어가면 흔적이 더 커지고, 그렇게 계속 반복되다보면 풀이 밟히고 나무가 꺾어지면서 결국 그게 길이 되지. 생각도 마찬가지란다. 생각을 계속하면 그게 길이 되지. 반복된 생각, 반복된 배움은 그 사람 안에 신념과 믿음을 형성한단다. 이제부터 너도 너 자신과 이 세상을 향한 긍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면 그러한 믿음이, 사라지지 않는 길처럼 뚜렷하게 생기게 될 거야. 믿음은 반복된 생각의 결과이기도 하단다.

 

삼촌은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마지막 조언을 했다.

 

삼촌: 걱정 마. 잘 될 거야. All is well.

 

나는 삼촌이 해준 그 말을 내 입으로 한 번 중얼거렸다.

 

 

선영: Yes, all i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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