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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24. 감정이야말로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야

 

삼촌: 사람이 생각을 할 때 말이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않는 그런 냉랭한 생각을 할 때도 있어. 하지만 어떤 생각은 그 생각을 하면 감정이 생기기도 해.

 

삼촌은 내게 동의를 구하려는지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선영: 음, 생각해보니 생각과 감정은 또 다른 거네요.

 

삼촌: 그래. 생각, 마음, 의식, 감정, 기분, 느낌……. 이런 단어들의 뜻이 조금씩은 다른데, 뭐 우리가 그것을 깐깐하게 구분하면서 쓰지는 않잖아. 그냥 뭐 대충 선택해서 쓰지. 생각은 우리가 좀 주도적으로 하는 그 무엇이라면, 감정이나 기분은 우리가 어떻게 좌지우지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랄까?

 

선영: 맞아요, 감정은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삼촌: 그래. 어떤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지? 휴가 때 갈 여행지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완전 들뜨고 기분 좋은 얼굴로 변하지. 반면 어떤 생각은 그 생각을 하면 기분이 나빠져. 자, 산에서 뱀과 마주쳤다고 상상해봐. 뱀이 고개를 살짝 들고, 그 빨갛고 갈라진 혓바닥을 낼름거리면서 네 앞으로 스윽 기어오고 있다고 생각해봐. 기분이 오싹해지고 몸이 싸늘해지지. 봐라, 지금 네 얼굴 표정이 어떤지 아니?

 

뱀 얘기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내 얼굴이 찡그려졌다.

 

삼촌: 이런 생각들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상상일 수도 있고, 또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일 수도 있어.

 

나는 삼촌의 말을 끊고 되물었다.

 

선영: 그러니까 지금 삼촌이 하시고 싶은 말씀은 기분 나쁜 감정을 일으키는 생각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고 살자, 이건가요?

 

삼촌: 하하, 오늘은 네가 바로 정곡을 찌르는구나.

 

선영: 그런 거예요?

 

삼촌: 그래 뭐, 그렇게 생각을 통제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다만, 오늘 내가 너하고 나누고 싶은 얘기는 감정 자체에 관한 문제야.

 

나는 턱을 괴고 삼촌의 눈을 응시했다. 삼촌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삼촌: 보통 생각은 의식의 표면에 존재하기 때문에 나의 현재의식이 그것을 다루기가 비교적 쉬운데, 감정은 생각 아래 존재하기 때문에 잘 알아차리지 못해 잘 통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현재의식은 물 위에 떠 있는 것이고, 잠재의식은 물 아래에 있는 의식. 그리고 생각은 물 위에 떠 있어 잘 보이고, 감정은 물 아래에 있어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출처=mariashriver.com

 

삼촌: 그런데 생각을 다스리는 것보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단다. 감정이야말로 참이고 진실이야. 감정이야말로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지. 우리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결국 감정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가 많거든. 예를 들어, 담배가 나쁘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어. 특히 의사들은 담배가 암, 심장 혈관 질환, 뇌졸중과 같은 병을 일으키는 최고의 위험요인이라는 것을 이성적으로 너무나 잘 알고 있어. 그런데 담배 피우는 의사들이 참 많다는 거 아니? 담배를 피우는 거 그 자체가 좋으니까. 결국은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는 거지. 이 감정이야말로 마케팅 전문가들이 가장 중시하는 요소야. 소비자들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할 것인가. 결국 이 문제지. 음악, 미술, 경제, 스포츠, 정치 그 모든 것들도 결국은 다 감정의 문제야. 왜냐면 감정은…….

 

삼촌은 한껏 톤을 높여 말하다가 숨을 죽이고는 속삭이듯 내뱉었다.

 

삼촌: 감정은 생각을 잠재의식 속으로 깊이 끌고 들어가는 묵직한 안내자이기 때문이야.

 

선영: 묵직한 안내자요? 오히려 감정이 생각을 이끈다는 말씀이세요?

 

삼촌: 생각이나 받아들이는 정보에 감정이 실리게 되면 거기엔 힘이 생겨. 더 강하게, 더 깊이 의식 속에 기록되지. 가령 우리가 파란 하늘, 파란 바다라는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지속적으로 좋은 감정을 강하게 느낀다면, 그 정보는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더 깊이 각인돼. 그리고 잠재의식 속에 각인된 그 감정적 경험은 우리가 파란색을 볼 때마다 우리도 모르게 기분 좋은 파동을 만들어낸단다.

 

 

선영: 파동이요? 뇌파를 말하는 건가요?

 

삼촌: 그래. 그걸 뭐 생물리학적으로 뇌파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생화학적으로는 신경전달물질 혹은 호르몬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 그런 설명은 사람이 관찰한 것을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지. 삼촌은 그것을 ‘몸의 언어’라고 부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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