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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30. 차 한 잔이 행복을 전해줄 거야

금요일. 오늘도 야근을 했다. 사무실 막내가 중국집 메뉴를 들고 돌아다녔다. 오늘만큼은 그 집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식사 시간을 아껴서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먼저 들어가겠노라고 말했다. 밤 아홉시인데도 지하철에 사람이 많았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루가 정말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손잡이를 잡고 선 채 눈을 감았다. 오늘 내가 했던 일들…….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일이 있었나? 실은 다 남이 시켜서 했던 일 아니던가. 그래도 이번 한 주 잘 마감했다. 출근 안 해도 되는 토요일이 있어서 참 좋다. 내일은 정말 푹 쉬어야겠다.

 

토요일. 남편은 오늘도 출근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좀 빈둥거리고 싶었다. 전기주전자의 스위치를 누르고 잠시 무슨 음악을 들을지 생각했다. 마이클 호페의 하모니카 소리가 듣고 싶었다. <Melancolie>라는 앨범. 음악이 정말 멜랑꼴리하기는 하다. 그래도 오늘은 이런 음악에 잠겨 차 한잔 마시고 싶었다. ‘대초원의 달(Praire Moon)’이라는 곡이 참 좋다. 노트북을 열어 메일을 확인하니 “차 한 잔이 행복을 줄 거야.”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어젯밤에 삼촌이 보낸 메일이었다.

 

선영:! 한 주 잘 보냈니? 그래도 쉬는 토요일이 있어서 좋지? 삼촌은 토요일에 환자분들이 제일 많이 찾아오니 제일 바쁜 날이란다. 선영:이는 직장일 하기가 어떠니? 열심히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제대로 능력 발휘는 하고 있는 건지? 정체된 듯한 기분이 들지 않니? 너무 쫓기면서 살지는 않니? 그런 마음이 들 때는 조용히 혼자 차를 마셔봐. 서양의 커피는 몸을 흥분시키고 각성시키지만, 동양의 차는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이완시켜주지. 휴일을 맞이하는 너에게 차 마시는 기술을 알려주마.

 

차 마시려고 했는데 삼촌이 마침 차 마시는 기술을 알려주신다니.

 

자, 차를 마실 때는 오직 차 마시는 것에 집중해보렴. 하던 일을 다 멈추고, 하던 생각도 다 멈추고 차에 푹 빠져보는 거야. 책도 치우고, 컴퓨터 앞을 떠나서 테이블 위에 찻잔을 올려놓고는 그냥 차에만 집중해보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음악과 함께라면 더욱 좋지. 우울한 음악은 말고.

 

메일 내용에는 차 마시는 기술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금껏 숱하게 차를 마셔왔지만 이렇게 차를 마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당장 삼촌이 가르쳐준 대로 차를 마셔보기로 했다. 오늘의 차는 삼촌이 준 당귀차. 스피커에서는 마이클 호페의 하모니카 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끓는 물에 당귀차 티백을 넣었다. 물이 좀 식기를 기다리며 의자에 편히 기대앉았다. 

 

 

삼촌의 지침대로 우선 찻잔을 지긋이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냥 지긋이, 무심하게 바라봤다. 찻잔의 흰 빛이 참 곱고 아름다웠다. 차의 색깔도 봤다. 흙을 닮은 부드러운 빛깔. 당귀의 향이 느껴졌다. 찻잔을 들어 당귀의 향을 더 깊이 느껴봤다. 숨을 천천히, 깊이 들이마셨다. 눈을 지긋이 감고,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향을 맡았다. 마음속으로 ‘아, 좋다’라고 말했다. 정말 좋았다. 입가의 미소가 조금 더 커졌다. 삼촌이 알려준 대로 마음속에 그림을 하나 떠올렸다. 구겨져 있던 보자기가 쫙 펼쳐지는 이미지.

 

삼촌은 차를 마시며 빙긋 웃는 그 미소에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고 했다. 미소가 마음의 주름을 펴준다는 것이었다. 한 번 더 빙긋 웃어 보았다. 참, 좋았다. 후루룩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않고,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입에 살짝 머금었다가 가만히 삼켰다. 찻물 한 모금이 목을 통해 배 속까지 흘러 들어가는 그 느낌을 느껴봤다.

 

참 따듯했다. 따듯한 물이 목에서 배로 떨어졌다. 그것은 그저 물이 아니라 당귀가 품었던 사랑과 감사의 따뜻한 기운이었다. 배에 있던 온기가 아랫배까지 내려가 머무는 것을 상상했다. 그리고 나는 그 온기를 발끝까지 퍼트렸다. 모든 것은 나의 상상에 따랐다. 그 순간에는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 순간 안에서 머물렀다. 순간에 머물면 과거나 미래는 없었다.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시간은 없었다. 순간에 머물 때 나는 시간을 초월했다.

 

당귀차의 빛깔, 향, 온기는 나와 하나가 됐다. 순간의 행복을 느꼈다. 문득 이 당귀차에 스쳐간 수많은 손길을 생각해봤다. 이 차를 배달한 손길, 이 차를 판매한 손길, 당귀를 갈아서 티백에 넣은 손길, 당귀를 길러서 수확한 손길, 당귀를 품었던 땅, 당귀를 자라게 한 물과 햇살, 그리고 바람. 나는 어느새 당귀의 고향으로 와 있었다.

 

그 모든 자연과 사람의 손길을 당귀차를 통해서 만나고 있었다. 내 몸을 이롭게 만들어주기 위한 그 소중한 손길, 그 손길이 내 몸을 따듯하게 터치하고 있었다. 그 소중한 존재들과 나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결코 홀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었다. 이 세상에 서로 관계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존재에게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그 모든 존재들의 도움 덕택에 내가 지금 이 순간 차 한 잔의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 다시 되뇌었다. “감사합니다.” 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마시며 느꼈던 경험을 보고했다.

 

선영: 삼촌, 따듯한 차가 목에서 배로 흘러들어가는 것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게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까지도요.

 

삼촌: 참 잘했구나. 당귀차가 뜨거운 물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내뿜었듯이, 너도 수많은 인연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너의 에너지를 세상에 퍼뜨렸구나. 고맙다. 너의 그 에너지가 나한테도 전달되었어. 너의 감사와 너의 평화가 세상에 진동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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