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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44. 몸을 칭찬해줘

 

패키지 디자인팀에서 마케팅팀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최 팀장과 부딪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감사 일기를 쓴 지 이 주일이 지나 벌써 71번째 목록을 쓰게 되었다. 100개를 돌파하면 나에게 상을 하나 줘야겠다.

 

2016년 3월 28일

 

71. 팀이 바뀜. 아싸! 감사. 

72. 디자인 전공하고 딴 일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난 계속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감사.

73. 미경이가 휴대폰으로 음료 쿠폰 보내줌. 고마운 미경이.

74. 회사 근처에 들깨 시래기 국밥. 좋은 메뉴를 가진 식당이 생겨서 감사.

75. 생리가 나왔다. 흠……. 그래도 아직 폐경이 아닌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생리가 나왔다. 배란이 다가올 때쯤 달걀 흰자 같은 배란점액도 진짜 잘 나왔고 날짜도 놓치지 않고 제때에 잘했건만. 남편과 나, 둘 다 모처럼 달달하게 잘 했건만 좀 야속했다. 그래도 이번엔 생리통도 거의 없었고, 생리혈이 덩어리진 것 없이 선홍색으로 깨끗했다. 전에 클로미펜을 먹어가며 배란유도를 할 때는 생리양이 줄어들고 생리색도 시커멓더니 이제 다시 생리양도 늘어났다. 역시 매일 마시는 당귀차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요즘에는 남편도 건강 관리를 위해 노력을 좀 하는 것 같았다. 전에는 유치원생 다루듯 영양제와 강정차를 꼭 챙겨 줘야만 먹더니 이젠 알아서 챙겨 먹는다. 채소도 알아서 먹으려 노력하고 과자 대신 호두, 호박씨, 해바라기씨를 먹는다. 야식을 끊었고, 돈가스, 탕수육, 치킨도 덜 먹고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도 안 먹으려고 애쓴다. 퇴근 후 삼촌 집에 들렀다.

 

삼촌: 명상 잘 하고 있니?

 

선영: 네, 삼촌. 아침에는 너무 정신이 없고요, 퇴근하면 꼭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하철에 앉으면 그때 하기도 해요. 눈 감고 호흡 세기, 지하철에서도 할 만하던데요?

 

삼촌: 딴생각이 많이 들지는 않고?

 

선영: 들죠. 하지만 삼촌: 말대로 곧 다시 정신이 돌아와요. ‘아차, 호흡 세기하고 있었지.’ 그러면 다시 또 세요.

 

삼촌: 아주 잘하고 있구나.

 

선영: 이제 일주일 했네요. 뭐랄까, 하고 나면 그냥 좀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삼촌: 명상을 하면서 특별한 느낌을 기대하지는 마. 명상의 유익함은 평범한 느낌이 유지되는 거야. 요즘 네가 화, 불안, 짜증, 우울함, 죄책감, 자괴감, 패배감 같은 느낌이 별로 들지 않고 있다면, 그게 바로 명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뜻이야. 명상은 너를 평정하게, 즉 평화롭고 고요하게 만들어준단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평화로워지지. 네 몸속의 면역세포들도 평화로워지는 거고.

 

선영: 음, 특별한 느낌이 없는 것이 정상적인 거군요. 그게 평화니까. 저는 사실 내심 뭔가 더 행복한 마음 상태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했거든요.

 

삼촌: 감사 일기도 계속 잘 쓰고 있니?

 

선영: 네. 낮에도 가끔씩 감사할 거리를 생각해요. 스마트폰이 있으니 일기 쓰기 편하네요.

 

삼촌: 계속 감사할 목록을 찾다보면 너의 몸에게도 감사하게 될 거야. 지난번에 얘기했던 감사 실험, 그 제목 기억하지? ‘복을 셀 것인가, 부담을 셀 것인가?’ 몸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봐. 몸이 못하고 있는 것을 세지 말고 몸이 잘하고 있는 것을 세어. 그럼 잘하고 있는 것이 하도 많아서 놀랄 거야.

 

선영: 네, 전에는 생리가 나오면 속상해서 울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래도 아직 폐경이 아니고 생리가 잘 나오는 것을 감사하기로 했어요.

 

삼촌: 오, 그래? 생리가 나왔는데도 이번엔 덜 힘들었구나.

 

선영: 네, 제 몸이 사실 임신 문제만 빼면 별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더라고요.

 

삼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정도가 아니지. 너의 몸은 정말 훌륭하게 작동하고 있어. 네 심장을 생각해봐. 1분에 한 70번 정도 뛰거든? 그럼 한 시간이면 4천 번이 넘게 뛰고, 하루 동안에는 10만 번을 뛰는 거야. 너 주먹 한번 쥐었다 펴봐. 그거 10만 번 할 수 있니, 하루 종일? 근데 심장은 그 일을 묵묵히 해왔어.

 

심장이 하루에 10만 번씩 펌프질을 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삼촌: 심장 마비 생겼을 때 말이야, 응급 구조 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제세동기로 전기 충격을 줬는데 심장이 다시 뛰잖아? 그러면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다행이라고 소리치면서 기뻐해. 근데 봐, 지금 우리 심장이 여기서 뛰고 있어. 아무 노력도 하고 있지 않은데 이렇게 뛰고 있어. 어떤 사람들이 그렇게 바라는 기적의 결과가 우리에게 늘 일어나고 있다고.

 

선영: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저 이런 얘기 읽은 적 있어요. 일본에서 지진이 났을 때 가족이 구출되기만을 바라던 사람이요, 그 사람이 가졌던 딱 하나의 소망은 ‘그저 살아만 있어라.’였대요.

 

삼촌: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감사한 일이니! 살아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가 있다는 뜻이지. 자, 이렇게 해봐. 오른손을 여기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대고 잠깐만 눈을 감아봐. 조용히 심장을 생각해봐.

 

가슴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손바닥에 심장 박동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뛰고 있는 심장이 떠올랐다. 눈을 감은 채 삼촌의 나즈막한 음성을 들었다.

 

삼촌: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셨다가 편안하게 내쉬어봐. 지금 네가 들이마신 숨을 통해 혈액 속에 생기가 들어가. 심장은 그 혈액과 생기를 온몸 구석구석까지 보내주지. 하루에 10만 번씩 쉬지 않고 뛰면서. 오늘 뛰고 있는 이 심장은 너에게 기회를 주었단다. 잠시만 그대로 심장을 느껴봐. 그리고 네 심장에게 고맙다고 말해주렴.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고 지금까지 35년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묵묵히 뛰어준 심장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동안 내가 몸에게 고맙다고 말해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몸을 제대로 칭찬해준 적이 없었다. 항상 몸을 원망했다.

 

 

삼촌: 누군가에게 비난이나 꾸중을 들으면 몸과 마음이 위축돼. 손이 오그라들고, 어깨가 움츠려들고, 입꼬리가 내려가고, 고개가 떨어져. 입에 침이 마르고, 입맛이 떨어지고, 의욕도 떨어져. 어쩌면 네 몸도 지난 몇 년간 너 자신에게 계속 비난을 들어왔는지도 몰라. 임신이 안 되고 생리가 나올 때마다 네가 매달 실망의 에너지를 네 몸에게 전달했겠지. 꼭 말로 안 했어도 네 몸은 꾸중을 들어왔던 거지. 네 몸이 잘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이제부터는 몸에게도 감사하자. 그리고 칭찬도 많이 해주자. 어쩌면 지금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은 몸의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어. 지난번에 유산이 됐다가 다시 임신해서 건강하게 출산까지 한 환자 얘기를 했었지? 너도 지금보다 더 좋은 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

 

선영: 지금보다 더 좋은 때요?

 

삼촌: 삼촌이랑 숙모도 임신이 금방 되지는 않았어. 결혼 초반에 피임하는 기간을 좀 갖다가, 임신을 마음먹고나서는 날짜 맞춰가면서 놓치지 않고 부부관계를 가졌어. 숙모는 생리주기가 아주 규칙적이었고, 우리 둘 다 전문가이니 때를 정확히 잘 알고 있었지.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안 생기더라? 살짝 불안해지기도 했어. 그래서 우리는 교외의 러브 호텔까지 찾아갔다니까? 분위기를 한번 바꿔보려고.

 

선영: 엥, 삼촌과 숙모가 그랬어요?

 

삼촌: 하하, 그랬어. 그렇게 아홉 달을 보내고, 결국 열 달 만에 임신이 되었단다.

 

선영: 그랬구나. 삼촌도 금방 생기지는 않았구나.

 

삼촌: 근데 숙모가 첫째를 낳고 모유 수유하느라 생리도 안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하게 모유가 뚝 끊기고 숙모 몸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거야.

 

선영: 왜요? 

 

삼촌: 둘째를 임신했던 거야. 모유 수유하느라 배란도 생리도 안 하고 있다가 출산 후 처음으로 배란이 되었던 것인데 그게 바로 임신으로 이어진 것이지. 첫째는 10타수 1안타, 둘째는 1타수 1안타.

 

선영: 하하.

 

삼촌: 같은 몸에서도 그렇게 다르단다. 첫째는 왜 임신이 빨리 안 되었는지 아니?

 

선영: 왜죠?

 

삼촌: 첫째를 임신하려고 할 때는 숙모가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하던 시절이었어.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고, 하루 종일 서 있고, 잠도 잘 못 자던 시절이었어. 그러니까 임신이 안 되었지. 둘째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좀 있었던 때라 금방 생겼던 것이고.

 

선영: 그럼 제가 임신이 안 되는 것도 제 몸 상태가 지금은 별로라서 그런 건가요?

 

삼촌: 아니, 좀 더 좋게 표현해보자. 지금보다 더 좋은 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결국 두 딸의 부모가 되었잖아? 힘들 때 임신하는 것보다는 나중에 임신된 것이 더 좋은 거였지. 임신 안 시키고 아홉 달이 지나갔던 것은 숙모의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고 타이밍을 조절한 거였다고 생각해. 더 좋은 때를 기다렸던 것이지.

 

선영: 저는 이제 그 때가 좀 왔으면 좋겠네요.

 

삼촌: 몸이 계속해서 임신을 연기하니 속이 상하지? 왜 안 그렇겠니. 그러나 생리가 나올 때마다 내 몸은 왜 이 모양이냐고 짜증내고, 비난하고, 꾸중하면 몸이 위축될 거야. 네 말을 네 몸이 듣잖아.

 

선영: 내 말을 내가 듣는다……. 그러고보니 저한테 계속 안 좋은 소리만 해왔던 것 같네요.

 

삼촌: 이제 네 몸에게 감사하고, 적극적으로 몸을 칭찬을 해보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네 몸은 왜 춤추지 않겠니. 네 몸은 신이 만든 걸작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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