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썸네일형 리스트형 #23. 기록되지 않는 생각은 없다 삼촌: 우리가 눈, 코, 입, 귀와 피부로 받아들인 정보, 즉 우리가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은 우리의 의식 속에 고스란히 저장된단다.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말이야. 컴퓨터는 이것저것 입력한 뒤에 저장 버튼을 눌러야 저장되지만, 우리의 의식은 저장 버튼이 따로 없어. 받아들인 모든 정보, 생각했던 모든 생각이 고스란히 다 자동으로 저장되지. 선영: 그럴까요? 저는 외웠던 것도 다 까먹는데요? 기억력이 떨어져서 걱정인데……. 삼촌: 저장된 생각을 다시 불러내어 회상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또 다른 문제야. 기억해낼 수 없다고 해서 그 기억이 없어진 건 아니야. 기억이라는 생각은 잠재의식에 분명히 고이 저장되어 있단다. 너 컴퓨터에 파일 저장해놓고 파일 이름을 무엇으로 했는지, 또 어느 폴더에 넣어두었는지 .. #22. 내가 너였어도 그랬을 거야 생리가 시작되었다. 어젯밤에는 TV를 보면서 키득거리는 남편을 향해 “좀 조용히 하라.”며 짜증을 냈다. 후우. 황당해하던 남편의 얼굴. 그게 생리를 하려고 그랬던 것이었구나. 기분이 참 우울했다. 남편과 다투는 일도 잦아졌다. 내가 이러다가 성격 파탄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남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생리 시작. 어제 미안했어, 여보. 화선에게서 전화가 왔다. 화선은 결혼 1년 차였고 계속 임신을 기다려왔다. 우리는 임신 정보 사이트에서 알게 된 정보를 종종 나누곤 했다. “선영아!”라고 말하는 화선의 목소리에 흥분이 역력했다. 오늘 산부인과에서 아기집을 확인했다고 했다. 2주 뒤에 심장 뛰는 소리를 들으러 오라고 했단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겨우, “어, 축하해.”라고 뱉었지만 더 .. #21. 자신에게 잘해줘 남편 셔츠의 소매가 닳아 있었다. 입은 지 벌써 오래 되었나보다. 오랜만에 백화점에 들렀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여자가 보였다. 왠지 모르게 도도해보였다. 유모차가 참 크고 럭셔리하기는 했다. 그 여자가 누군지 모르면서도 괜히 얄미운 마음이 들었던 걸 보면, 내 마음이 꼬여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유모차만 봐도 울컥하고 화가 치밀기도 했다. 유모차를 걷어차버리는 상상을 한두 번 했던 것도 아니었다. 아기가 빽빽 울고 있으면 가서 때려주고 싶기까지 했으니. 백화점에서 나오는 길에 우연히 삼촌을 만났다. 선영: 어머, 삼촌, 웬일이세요? 오늘 쉬는 날이세요? 삼촌: 어, 신발 하나 사려고 나왔지. 오늘 날씨가 무척 덥구나. 너 바쁘지 않으면 빙수 같이 먹을까? 내가 오랜만에 빙수가 좀 당기는데 혼자 먹으려.. #20. 무한대분의 1이 과연 0일까? 선영: 그럼, 삼촌, 제가 기적적으로 임신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삼촌: 우리 앞에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어. 네가 기적적으로 임신되는 것은 그 가능성 중의 하나야. 그 가능성이 희박한가 아닌가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그럴 필요는 없지. 그저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꾸나. 모든 가능성에 자신을 열어두고 결과에 초연하는 것. 이것이 기적을 부르는 태도란다. 선영: 그럼 저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군요. 삼촌: 너에게 그리고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지. 이 생각을 우리가 믿는다면 그 믿음은 분명 강력한 힘을 발휘할 거다. 오늘 너의 의식 속에 이 믿음 하나 심어둬. 사실 말이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기적이란다. 다만 그게 기적이라는 것을 미처 모를.. #19. 기적의 선물 선영: 그렇다면 결국 제 몸을 긍정적으로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겠군요. 그렇지만 삼촌, 오늘부터 당장 제 몸을 믿어 주고 싶지만, 정말 그렇게 한다고 제 몸이 바뀔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그리고 제 몸이 지금 이 모양인데 제 몸에 대해 어떻게 갑자기 믿음이 생겨요? 삼촌: 그래, 그렇지. 맞는 말이야.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마음을 열어라. 그렇게는 안 될 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두렴. 예수의 옷자락을 만진 그 여인은 어떻게 해서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선영: 예수가 온갖 질병을 고친다는 소문이 있었으니까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삼촌: 예수에 관한 소문을 들었던 사람들이 비단 그 여인만은 아니었지. 물론 예수라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18. 몸의 각성 사실 그렇게 갑자기 사람의 몸이 고쳐질 수 있다는 것은 잘 믿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나 자신에게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생기지 않았다. 삼촌: 억지로야 믿어지겠니. 그냥 마음을 열어두렴. ‘아,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내가 알고 경험하는 현실이 전부는 아닐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해보렴. 기적은 기적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일어난다. 기적은 지식이 아니라 믿음이 일으키는 일이야. 특히 종교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이런 일들이 잘 일어나지. 꼭 기독교에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종교에서 이런 기적적인 치유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 이런 기적은 현대 과학에 매여 있는 의사들을 무척 당황스럽게 한단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선영: 신이 하는 일인가요?.. #17. 자궁출혈을 멎게 한 힘 삼촌: 지난번에 내가 의식이란 몸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같은 거라고 말했지? 물론 모든 비유에는 한계가 있지. 비유는 비유일 뿐이야. 사실 몸과 마음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고, 그 자체로 하나거든. 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비유했을 뿐이야. 몸의 작동 방식을 바꾸려면 우리의 의식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된단다. 덮어씌우면 되지. 선영: 삼촌, 사람이 뭐 로봇도 아니고, 어떻게 프로그램을 덮어씌워요? 삼촌: 사람이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뜻 아니겠니. 가능하지 않은 것은 아예 상상 자체가 안 되지. 마치 새 프로그램을 덮어씌운 듯,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의 정신세계가 확 변하고 몸도 갑자기 건강해지는 것, 이게 불가능한 일 같니? 선영: 뭐, 생각이야.. #16.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할 수도 있어 열흘 전, 피곤하다며 소파에 딱 붙어 있는 남편을 침대로 끌고와 거의 억지로 했다. 요즘 들어 남편은 관계 도중 발기가 풀어지는 때가 잦았다. 남편은 그래서 관계를 자꾸 피하는 듯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남편이 사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느낌 없이, 흥분 없이, 그렇게 숙제하듯이 의무적으로 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이 참 비참하고 자존심 상했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나흘 전, 남편이 술을 한잔 하고 뭔 생각을 하며 들어왔는지, 정말 오랜만에 치근덕거렸다. 하지만 남편을 뿌리쳤다. 이미 배란이 된 이후이기에 혹시라도 착상에 방해가 될까 걱정돼서였다. 가슴이 예민하고 단단해졌으며, 꼭 감기 증상처럼 몸이 아팠다. 혹시나 이것이 임신증상이 아닐까 싶었다. 생리는 나오지 않았고 속옷에 살짝 비치는 출혈이 .. #15. 나는 부를 노래가 하나 있다 삼촌은 갑자기 창문 쪽으로 갔다. 그러고는 블라인드를 걷어올려 하늘을 가리켰다. 삼촌: 자, 저것 좀 봐라. 또 뭘 하려는 것일까. 나도 몸을 일으켜 삼촌이 가리키는 것을 쳐다보았다. 선영: 아무것도 없는데요. 삼촌: 아무것도 없다고? 저기에 태양이 있잖니? 태양을 가리킨 것이었다. 삼촌: 저기 태양이 있지? 그렇지만 구름에 많이 가려져 있네? 아마 구름이 없으면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태양빛이 더 강렬했을 거다. 또 무슨 비유의 말씀을 하려는 걸까. 그런데 삼촌과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 것이 어느새 재미있어졌다. 삼촌이 잠시 말을 끊었다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삼촌: 네 안에도 태양이 있단다. 사랑과 생명과 평화의 빛을 발하는 태양. 그 빛으로 몸의 치유도 일어나지. 그게 바로 내면의 의사야.. #14. 두려움은 자신이 가진 힘을 모를 때 생겨 두려움은 자신이 가진 힘을 모를 때 생겨 삼촌: 너, 네 몸에도 암세포가 생긴다고 생각해본 적 있니? 갑자기 암세포 얘기가 나오자 가슴이 철렁거렸다. 선영: 제 몸에 암이요? 삼촌: 우리 몸에서는 말이야, 하루에도 암세포가 수천 개씩 만들어진단다. 네 몸에는 암세포가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우리는 모두 암을 일으킬 만한 화학물질의 바닷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냐. 가공식품을 통해 온갖 화학물질을 먹고 있고, 공해도 그렇지. 비단 이렇게 물질적인 것뿐만이 아니야. 암을 일으킬 만한 혼탁한 생각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어. 갖은 스트레스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네 몸에 암세포 한 개쯤은 생길 수도 있지 않겠니? 선영: 으, 뭐예요. 삼촌……. 삼촌: 내 몸에 암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물.. #13. 네 안에 의사 있다 삼촌: 너 그동안 많은 의사들을 찾아다녔지? 그럼 네 안에 있는 내면의 의사는 만나봤니? 선영: 내면의 의사요? 삼촌: 그래, 네 안에는 지혜로운 의사가 있단다. 그걸 믿으렴. 내면의 의사는 그 어떤 의사보다 뛰어나단다. 그 어떤 부작용도 없이 모든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의사지. 네가 네 안의 의사에 눈을 뜨고 신뢰하기 시작할 때, 그 의사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단다. 선영: 제 몸 안에 그런 의사가 있다고요? 도대체 그놈의 의사가 어디에 숨어있을까요? 삼촌: 숨어있기는. 언제나 네 안에서 너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는 걸. 그 내면의 의사는 모든 종류의 원료가 다 확보되어 있는 자체적인 화학공장도 갖고 있어. 거기서 이 세상 어떤 제약회사의 약보다도 뛰어난 약이 만들어지지. 진통제도 만들고, 수면제도.. #12. 자궁은 생각한다 선영: 그럼 제가 배란이 잘 되려면 난소가 아니라 뇌를 고쳐야 하는 건가요? 삼촌은 점점 나로 하여금 우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삼촌: 아주 좋은 질문이다. 너는 지금, 마음 또는 의식이 뇌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선영: 엇, 그럼, 의식이 뇌 말고 다른 데 있나요? 삼촌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삼촌: 두뇌가 마음은 아니지. 두뇌 역시 기관이고 물질일 뿐이지. 두뇌가 마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두뇌를 만든 거 아닐까? 두뇌는 마음이 깃든 집일 뿐이다. 아, 두뇌가 마음을 만든 게 아니라, 마음이 두뇌를 만든다고. 이거 좀 곱씹어봐야 하겠는걸. 삼촌: 두뇌는 마음의 메시지가 몸에 전달될 수 있도록 신호를 만들어주는 변환 장치야. 그런데 그 변환 장치가 꼭 두뇌에만 있는 것도 아니란다. 다만 .. #11. 의식은 물질을 만든다 삼촌: 그럼 이제 슬슬, 네가 궁금해하는 문제로 넘어가볼까? 네, 그러자고요. 나는 동의의 뜻으로 눈을 반짝였다. 삼촌: 지금 너의 문제는 난포가 때맞춰 잘 자라지 않는 것, 즉 풍선이 잘 부풀지 않아서 배란이 잘 안 되는 거지?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그 풍선을 부풀릴까? 선영: 호르몬 아닌가요? 나의 대답에 삼촌은 씩 웃었다. 삼촌: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약 네가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신경질이 났다면, 전화선을 타고 온 전기적인 신호, 또는 그의 목소리가 너를 신경질 나게 한 것일까? 물론 음성 또는 말이 너를 신경질 나게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너를 신경질 나게 한 실체는 바로 그 말을 한 사람이지? 이와 마찬가지야. 호르몬은 그저 신호일 뿐이고 그 신호를 보낸 존재가 있겠.. #10. 우리는 송신기이자 수신기야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삼촌: 숙모 왔나보다. 숙모는 열쇠가 있어도 꼭 초인종을 누른단다. 왜 그러는지 아니? 선영: 삼촌이 나와서 반겨주기를 기대하는 거예요? 삼촌: 맞아. 꼭 그런다니까. 더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싶은 거지. 정말 닭살 부부다. 숙모: 오, 선영이 왔구나. 그동안 잘 지냈어? 지난번에는 얼굴 못 봐서 서운했다야. 별일 없었고? 숙모의 손에는 과일이 가득 담긴 봉지가 들려 있었다. 숙모는 과일 킬러다. 선영: 혼자 오세요? 삼촌이 오늘 누가 오신다고 하던데……. 숙모 누가 온다고? 여보, 누가 오기로 했어요? 삼촌: 응, 내가 선영이한테 누구 좀 소개해주려고. 놀란 토끼눈을 한 숙모에게 삼촌은 빙긋 웃으며 윙크를 보냈다. 삼촌: 자, 우선 여보, 밥부터 먹자고. 내가 당신을 위해.. #9. 물질이 아니라 생각을 만들려고 해봐 삼촌: 자, 마음이 두려움을 느끼니까, 몸이 움츠러들고 숨이 죽고 심장이 뛰는 것. 이런 변화는 네가 분명하게 느낄 수 있지?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네 몸속에서는 네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엄청난 변화들이 일어난단다. 선영: 제가 눈치채지 못하는 변화요? 삼촌: 그래, 사실 우리의 감각기관은 꼭 필요한 것만 감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우리가 못 듣는 소리도 있고, 못 보는 색깔도 있지 않겠니? 육안으로 아무리 쳐다봐도 세균을 볼 수는 없지? 지구가 엄청 큰 소리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어도 우리 귀에 안 들리잖니. 우리의 감각기관을 신뢰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야. 다만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자, 이거지. 선영: 맞아요. 그런 거 같아요. 삼촌: 두려움을 느끼면 교감신.. #8. 사람은 몸의 형태를 가진 마음이야 삼촌: 내가 지금 왜 이런 얘기들을 하는지 궁금하지? 네가 몸과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야.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이것을 새롭게 알게 되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이 보일 거야. 넌 임신 문제가 궁금해서 나를 찾아왔고, 그렇다면 아마 지금까지 자궁이나 난소라는 기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었을 거야. 만약 공부를 좀 더 했다면 그 지식의 범위가 뇌하수체나 시상하부까지 올라가 있을 거고, 그치? 선영: 네, 그렇죠. 삼촌: 혹시 컴퓨터를 조립해본 적 있니? 나는 예전에 더 싼 값으로 더 성능 좋은 컴퓨터를 만들려고 내가 컴퓨터를 직접 조립했던 적이 있다. 메모리는 삼성, 하드디스크는 퀀텀, CD 드라이브는 LG 것으로. 이런 식으로 최고의 .. #7. 생각은 행위야 삼촌: 지금까지 임신이 잘 되려면 어떤 약초가 좋은지, 어떤 차가 좋은지에 대해서는 정보를 많이 수집해왔지? 그동안 의사로부터 난소의 기능이 떨어졌고 여성호르몬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강해줄 수 있는 음식이나 과일은 무엇인지 여기저기서 조언도 많이 구했을 거야. 그런데 말이다, 네 몸을 고치는 데 있어서 그저 약이나 시술만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거라. 삼촌은 머그잔을 코 밑에 갖다대고는 눈을 살짝 감고 고개를 천천히 흔들며 박하향을 맡았다. 삼촌: 생각은? 생각은 몸을 고치는 데 아무 역할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선영: 아, 생각이요? 삼촌: 어떤 음식을 먹어야 여성호르몬이 잘 생길까는 궁금해하면서, 어떤 마음을 먹어야 여성호르몬이 잘 생길까에 대해서는 별로.. #6. 박하향이 날려버리는 생각 삼촌과의 만남 후 커피를 끊고 건강차를 매일 마셨다. 커피를 끊고 나니 몸이 축 처지고 졸린 느낌이 있었지만, 일주일이 지나고부터는 그런 느낌이 사라지고 다시 활기가 도는 것 같았다. 초인종을 누르자 앞치마 차림을 한 삼촌이 나를 반겼다. 선영: 삼촌, 웬 앞치마예요? 삼촌: 삼촌 쉬는 날이잖니. 이런 날 밥 한번 해봐야지. 삼촌은 숟가락을 치켜들고 윙크했다. 삼촌: 밥 안 먹었지? 조금 기다려. 숙모 들어오면 같이 먹자. 명란젓 넣은 계란찜을 만들 거야. 이거 밥도둑이다. 삼촌은 능숙한 솜씨로 뚝배기에 계란을 깨 넣고는 신나게 휘저었다. 삼촌 :잠깐 거기 앉아라. 숙모 오면 이거 불에 올리자. 잠깐 앉아서 쉬렴. 이것만 마저 하고. 싱크대를 정리한 삼촌이 앞치마를 벗고 식탁 앞에 앉으며 말했다. 삼촌:.. #5. 너는 작가이자 주인공이야 선영: 아기를 갖고, 안 갖고의 문제도 제 선택에 달렸다고요? 삼촌: 그래, 너의 선택에 달려 있어. 선영: 삼촌, 저는 아기를 갖지 않기로 선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지금 제 운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냐고요. 나는 좀 흥분해서 목소리가 커졌다. 삼촌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삼촌: 너의 드라마는 아직 진행 중이잖아. 너 언제 마지막 회 했니? 선영: ……. 삼촌: 작가는 바로 너야. 너는 작가이자 동시에 드라마의 주인공이야. 너는 행복한 시나리오를 쓸 수 있어. 네가 운명을 비관하며 스스로 비극적인 시나리오로 마감하지 않는 한. ‘I have a dream’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턱을 괴고 가사를 주의 깊게 들었다. I have a dream A song to sing To.. #4. 규칙과 시나리오 초인종 소리, 그리고 문 쪽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자 조이와 두배가 서로 경쟁하듯 들어왔다. 녀석들은 다소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인사했다. 녀석들의 기억 속에 내가 남아 있는지 궁금했다. 옹알거리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느새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 너무 기뻐서 ‘조이’라 불렀고, 둘째가 태어났을 때는 기쁨이 두 배가 되어서 ‘두배’라 불렀다고 했다. 삼촌 부부는 여태 이 녀석들을 조이와 두배라고 불렀다. 나도 이 애칭이 좋았다. 두배는 태어날 때 몸무게가 2kg이 조금 넘을 정도로 작았다. 그러나 두배라 불러주어서 그런지 늘 언니보다 먹을 것을 두 배로 찾는다고 했다. 두배는 냉장고를 뒤져 주스를 한 잔 마시더니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 #3. 선택과 자유 삼촌은 불만스러워하는 내 얼굴을 읽으며 빙긋 웃었다. 삼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텔레비전 리모컨을 들고 왔다. 그러고는 텔레비전을 켜더니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었다. 삼촌은 내 눈앞에 리모컨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삼촌: 너도 이걸 쓸 줄 알지? 답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삼촌: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해서 채널이 바뀌는지 이해하고 있니? 답할 새도 없이 삼촌은 이어서 말했다. 삼촌: 저 텔레비전이 어떻게 공중에 떠다니는 전파를 낚아채서 저토록 생생하게 화면에 나타내줄 수 있는지 말이야. 선영: ……. 삼촌: 그 원리는 알지 못해도 네가 이 리모컨과 텔레비전에 관해 확실히 믿는 것이 있을 거야. 내가 11번을 누르면 MBC가 나오고, 9번을 누르면 KBS가 나온다는 것을 믿고 있다. 아니 그걸 뭐 .. #2. 운명인가? 숙모와 아이들은 아직 귀가 전이었다. 선영: 삼촌, 저는 아무래도 임신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삼촌: 그 생각을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지? 선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해도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요. 시험관 아기는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3번이나 했지만 결과는… 아시잖아요. 이제는 이게 제 운명인가 싶어요. 제가 지은 죄가 많아서 하나님이 이런 벌을 내리시나 봐요. 삼촌: 죄라고? 벌이라고? 삼촌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되물었다. 삼촌: 도대체 어떤 신이 죄에 대한 대가를 임신이 안 되는 벌로 갚는다고 하더냐? 선영: … 삼촌: 신이 그렇게 유치하겠니? 그런 신이라면 차라리 버리자꾸나. 선영: 삼촌도 참… 제가 버린다고 신이 버려지나요? 삼촌: 그래, 신.. #1. 금방 될 줄 알았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미경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경: 선영아, 이번 주 일요일 오후에 애들 다 모이기로 했거든? 우리 오총사 한번 모이자. 선영: 응, 이번 주 일요일? 글쎄… 남편이 어디 가자고 했던 거 같은데… 미경: 야 뭐야, 다들 어렵게 시간 빼기로 했어. 남편들한테 애들 좀 맡기고 나오기로 했다고. 중요한 약속 아니면 그냥 와. 선영: 어, 그래. 남편한테 물어보고 내가 다시 전화 줄게. 그나저나 너 잘 지내니? 회사는 아직도 잘 다니고? 미경: 그러지 않아도 회사 때문에 고민 중이다. 아침에 민수 어린이집에 맡길 때마다 맨날 울고불고해서… 정말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건지 고민이다. 야, 하여간 만나서 얘기해. 선영: 그래. 나도 너희들 보고 싶어. 남편이랑 얘기해보고 다시 전화 줄.. #0. 머리말 - 이 책이 이 세상에 나오게 된 연유 이제 결혼한 부부에게 ‘아기’에 대해서 묻는 것은 ‘월급’을 묻는 것만큼이나 조심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부부 8쌍 중에 1쌍이 난임일 정도로 우리나라에 난임 부부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여성들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임신 때문에 힘들어 하는 분들의 고통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많은 여성들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분들은 처음 보는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20년 가까이 난임 여성들을 만나왔기에 저는 그 눈물의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그 영혼의 언어를 느낍니다. 외로웠습니다. 아픔을 알아주는 이가 많지 않았습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었습니다. 초조하고, 불안하고, 화나고, 패배감에 젖고, 억울하고… 그 마음속 깊은 곳에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술을 받는다고,..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