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우리 아이가 생겼어요(원고)

몸이 찬 사람, 몸이 더운 사람 찬 음식, 더운 음식이라는 것은 그 음식 자체의 온도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음식에 대한 몸의 반응에 관한 것입니다. 즉, 그 음식이 몸에 들어왔을 때 몸을 차게 하는가 덥게 하는가에 관한 것이지요. 음식에 대해 다루기 전에 먼저 몸이 더운 사람인지 찬 사람인지 알아야 합니다. 몸이 찬 사람은 추위를 잘 타고, 손발이 차며, 얼굴에 붉은 기가 없고, 땀도 잘 흘리지 않지요. 여름에 에어컨을 틀면 남들은 시원하다고 하는데 자신은 추워서 긴팔 옷을 챙기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혀의 색깔이 담백하며 백태가 낄 때가 많습니다. 찬 음료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따듯한 차를 더 좋아합니다. 혈압이 낮아질 때가 잦아서 앉았다 일어날 때 머리가 핑 돌기도 합니다. 위장이 차고 무기력해지면 밥을 먹어도 잘 내려가지 않고..
정확한 체온계 구입 요령 체온이 정확히 측정되어야 해석이 가능 기초체온표를 해석할 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정확한 체온계를 사용했는가’에 있습니다. 여성의 배란 여부나 생리주기에 따른 미묘한 온도 변화를 측정하는 기초체온법에서는 체온 0.1도의 차이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만약 부정확한 체온계로 체온을 쟀다면, 체온이 낮은지 높은지 들쑥날쑥한지 등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수은체온계는 비추 과거에는 수은체온계밖에 없었습니다. 수은체온계는 비교적 정확합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읽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비몽사몽 하는 때에는 눈금도 잘 안보입니다. 졸린데 5분 동안 물고 있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고요.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행여나 깨졌을 때 수은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수은..
배란점액을 적극적으로 관찰하라 ‘뭔가 묻어나기는 하는데, 이게 정말 배란점액이 맞나?’, ‘나는 배란점액이라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 수 있지?’ 등의 궁금증이 있는 분들을 위해서 배란점액을 관찰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때가 되면 달걀 흰자 같은 배란점액이 외음부를 촉촉이 적시고 흘러나오기까지 한다면, 뭐 관찰할 필요도 없이 쉽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화장실에서 티슈로 닦을 때 달걀 흰자와 같은 것이 묻어서 끊어지지 않고 쭉 딸려 나오기도 하지요. 이런 분들은 양이 충분한 겁니다. 그러나 그동안 잘 못 느꼈다면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관찰을 하십시오. 점액관찰은 기초체온을 재는 것만큼 엄청 중요하답니다. 임신 가능한 때를 알려주는 너무나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점액 상태를 꼭 산부인과에 가야지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임신이 가장 잘 되는 날은 배란 2-3일 전, 그 이유는? 배란기가 다가올 때 나오는 자궁경관 점액은 좀 특별하기에 ‘배란점액’이라고 달리 부릅니다. 임신 성공에 있어서 이 배란점액의 질이 중요합니다. 2004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는 언제 부부관계를 가져야 임신될 확률이 가장 높은가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총 782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총 7,288주기의 생리주기를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했던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열 달 동안 기초체온을 재었고, 기초체온은 물론 부부관계를 가진 날과 배란점액의 상태도 함께 기록했습니다. 연구 결과, 임신 성공률이 가장 높았던 날은 놀랍게도 배란일이 아니었습니다. 임신 성공률의 비밀은 특정 날짜라기보다는 배란점액에 있었습니다. 배란점액이 가장 잘 나온 날에 부부관계를 가졌을 때의 임신 성공률은 30%를 넘어서서 가장 높..
자궁경관의 점액은 정자의 자궁 진입을 돕는다 정자가 발사되는 곳은 자궁 속이 아니라 질 속입니다. 평소 질 내부는 산성을 띱니다. PH가 3.8~4.5 정도 되니 꽤 높은 산성이지요. 질 내에 존재하는 착한 유산균들이 유산(젖산)을 만들어서 산성 환경이 되는데요, 산성 환경이어야만 잡균이나 곰팡이들이 번식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산성 환경에서는 정자들도 견디기 어렵습니다. 질은 산성이고 자궁입구는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정자가 무슨 용가리통뼈라고 살아 남을 수 있겠습니까. 정자는 정액과 함께 발사됩니다. 정액이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잠시 동안은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자궁입구에서 문을 열어주고 환영하지 않는 한 끝내 버티지 못하고 몰살당합니다. 정자가 들어올 필요가 없는 때에는 자궁경관에서 분비되는 점액이 끈끈하고 쫀득하여 질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습..
임신하기 가장 좋은 날은 배란 당일이 아니다. ‘언제 부부관계를 가져야 임신이 가장 잘될까?’ 임신을 원하는 부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배란일을 잡기 위해서 산부인과에 초음파를 보러 다닙니다. 그러나 과연 배란일이 가장 적기일까요? 많은 여성들이 배란일에 부부관계를 가져야 임신이 잘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와 다릅니다. 정자는 여성의 몸속에 들어가면 3일 내지 5일 동안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질긴 녀석은 일주일까지도 생존합니다. 도저히 임신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때에 관계를 가지고 그 뒤로는 안 했는데 그것이 임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난자는 배란이 된 지 12시간 내지 24시간 동안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면 답이 나옵니다. 만약 오늘 아침 6시에 배란이 되었는..
배란테스트기에 나타난 스마일 표시, 믿어도 되나? 사실 LH는 우리 몸에서 항상 조금씩은 분비되고 있는 호르몬입니다. 다만 배란 직전에 폭발적으로 나오니까 소변에까지 검출되는 겁니다. 소변으로 LH가 적게 나올 때는 배란테스트기 상에 흐리게 표시되고, 정말 폭발적으로 많이 나올 때는 진하게 두 줄로 표시됩니다. 많은 예비 엄마들이 배란 즈음이 되면 거의 매일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하면서 그 진하기의 정도에 대해서 ‘나름 해석’을 하느라 골치를 앓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배란일을 정확하게 알려준다는 소위 ‘스마일 배란테스트기’라고 하는 것이지요. 알쏭달쏭한 두 줄로 배란일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스마일 표시로 알려주겠다는 제품입니다. 뭔가 디지털하게 만들어졌고 그래서 더 비싼 미제 배란테스트기입니다. 배란테스트기에 그러나 이 역시 결코 확실하지 않..
배란테스트기의 양성(두줄 또는 스마일) 표시는 무엇을 뜻하는가? 배란테스트기는 소변테스트를 하는 기구입니다. 테스트 스트립(막대)을 소변에 담그고 배란 양성반응이 있나 없나를 보는 것이지요. 도대체 소변에서 어떤 화학물질이 검출돼서 배란 여부를 알 수 있는 걸까요? 바로 LH라는 호르몬을 이해하는 것이 열쇠입니다. LH란 ‘Luteinizing Hormone’의 약자입니다. 뜻풀이를 해볼까요? ‘Lutein’은 노랗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입니다. ‘Luteinizing’이라는 말은 노랗게 만든다는 뜻이지요. 난포가 터지면 노랗게 변하는데 노랗게 변한 난포를 황체(黃體)라고 부릅니다. 황체는 나중에 백체(白體)로 변해서 퇴화됩니다. 그래서 LH를 한국말로는 황체화(黃體化)호르몬 또는 황체형성호르몬이라고 합니다. 즉 황체화호르몬은 난포를 터뜨리는 호르몬인 셈입니다. 그런데..
배란테스트기를 사지 않아도 되는 이유 생리를 불규칙하게 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배란일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해봐야 하는 걸까요? 배란테스트기, 줄여서 흔히들 ‘배테기’라고 합니다. 임신을 바라는 예비 엄마들이 정말 많이 사용하는 장비(?)죠. 임신을 희망하는 여성들은 ‘오늘이 과연 배란일인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합니다. 배란테스트기의 희미한 줄을 들여다보며 긴가민가 하는 사이에 마음은 더욱 불안하고 초조해집니다. 그런데 돈 버리고 마음 버리는 것이 바로 배란테스트기랍니다. 생리주기가 일정한 여성들은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배란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생리주기가 일정하지 않은 여성들은 배란테스트기를 사용해야 할 때 가 언제인지 알 수 없으므로 배란테스트기를 굳이 사지 않아도..
임신한 여성의 기초체온표 양상 다음 두 개의 기초체온표는 같은 여성의 기초체온표입니다. 30세 김윤경(가명) 씨는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임신이 되지 않았습니다. 평소 생리가 불규칙하여 두세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고 다낭성 난소증후군 진단까지 받았었지요. 그동안 배란유도를 수차례 하였고 인공수정을 네 차례나 하여도 임신이 안 되자 그녀는 ‘나는 스스로 배란이 안 되고, 자연임신도 어려워.’라고 낙심하였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기 위해 기초체온을 재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치료하던 중 고온기가 2주간 분명하게 나타난 뒤 생리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비록 남들처럼 4주 간격으로 생리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는 배란이 된 생리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였습니다. 자신이 배란성 생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녀에게 ..
너무 일찍 배란되는 것은 성급한 외출이다 24일마다 한 번씩 자주 생리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35일 만에 한 번씩 생리를 하는 것이 임신에 더 유리합니다. 너무 성급히 배란되고 있다면 난자와 자궁내막 모두가 미처 성숙되기 전에 배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 생리주기마다 여성의 뇌는 난소 안에 있는 난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에는 누가 정자를 만나러 외출할래?” 그 질문을 전달하는 호르몬이 바로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난포자극호르몬(FSH, Follicle Stimulating Hormone)입니다. 난포는 이 질문에 반응하여 2주 정도의 시간을 가지며 차츰 부풀어 오릅니다. 그러다 방울토마토 크기로 커지면 난자를 뻥 차서 내보냅니다. 난자는 뇌하수체의 질문을 받을 때부터 계속 자신을 성숙시킵니다. 정자를 맞이할 채비를 하는 것이지요. ..
고온기가 짧거나 온도가 낮으면 황체기능부전이다 황체의 기능이 떨어진 여성들은 14일 내내 계속 고온을 유지하지 못하고 10일~11일째에 그만 체온이 뚝 떨어지면서 생리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고온기가 짧은 여성들에게는 ‘황체기 결함’이라는 딱지가 붙기도 합니다. 난소의 기능이 약한 여성들에게서 흔히 보게 되는 현상입니다. 다음의 사례를 보시죠. 생리 14일째쯤 배란이 되어 고온기로 진입했으나 체온이 대개 36.5~36.6도 정도 수준으로 나와 고온이 미약함을 보입니다. 적어도 36.7도 이상으로는 올라가야 좋은 건데 말입니다. 그리고는 고온기 10일 만에 체온이 떨어지면서 생리가 시작됐습니다. 생리주기가 24일밖에 되지 않았지요. 황체기 결함의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황체의 기능이 좋으면 배란 이후 고온기가 확실히 올라갑니다. 배란 전과 후가 분명하게 ..
배란이 되면 기초체온이 올라간다 배란여부를 알수 있다기초체온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가장 귀한 정보는 배란 여부입니다. 여성의 기초체온은 배란을 전후로 0.3도 내지 0.5도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입니다. 기초체온이 낮은 날과 고온으로 올라간 날 사이에 배란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물론 하루만에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떤 분들은 천천히 올라가기도 하니까요. 난자를 품고 있는 물풍선 같은 것이 난포입니다. 조그맣던 난포가 방울토마토만 하게 자랐다가 빵 터지면서 난자를 배출하는 것이 배란이라 하였지요? 프로게스테론이 체온을 올린다터진 난포는 이후 혈액이 공급되면서 노란 황체로 변하고 여기서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뿜어냅니다. 우리말로는 황체호르몬이라고 합니다. 이 프로게스테론이 체온을 올립니다. ..
매일 아침 기초체온을 꼼꼼히 기록하라 배란 전후에 하루 이틀 간격으로 초음파를 하지 않는 한 배란 여부를 명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드문드문 초음파를 보았다 해도 자라던 난포가 터져서 배란이 된 건지 자라다 멈추어 끝내 배란이 안 된 것인지 분간이 안 될 때도 있답니다. 어떤 의사는 기초체온법은 부정확하다며 깡그리 무시하기도 합니다. 물론 부정확하게 재면 부정확합니다. 그러나 전용 체온계를 사용하고, 지침에 따라 재면 놀랄 만큼 정확한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기초체온법입니다. 기초체온표는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 매일 기초체온을 제대로 재고, 잘 기록해두면 돈 들여서 하는 다른 어떤 검사보다 훌륭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간과하면 환자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 큰 정보원을 놓치게 되는 겁니다. 기초체온표는 그저 배란 여부뿐..
배란여부가 궁금하면 기초체온을 재라 그간 난임(불임)에 대한 진료를 십 수 년 해오면서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한 번은 한 환자분이 자신은 생리를 서너 달에 한 번씩 한다면서 임신은 둘째치고 우선 생리부터 규칙적으로 하게 고쳐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진맥을 해보고 몸의 증상들을 꼼꼼히 문진해보니 심상치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이미 임신이었습니다. 만약 이분이 매일 기초체온을 재고 있었다면, 언제 배란이 되었었는지를 알 수 있었을 것이고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도 스스로 알 수 있었을 겁니다. 만약 제가 그녀의 몸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지 않았다면 임신한 그녀에게 엉뚱한 한약을 쓸 뻔 했던 것이지요.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생리를 몇 달에 한 번 하는 여성들은 생리를 안 하면 ‘지금 생리가 계속 늦어지고 있는 건가? 혹시 임신한 ..
날짜로 배란일을 계산하는 방법 생리주기란? ‘생리를 얼마 만에 한 번씩 하는가’ 하는 생리를 하는 간격을 말합니다. 생리가 끝나는 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한 날을 기준으로 셈합니다. 즉, 이번 생리 시작일로부터 다음 생리 시작일까지의 간격이 바로 생리주기입니다. 보통은 얼마만에 한 번씩?가장 표준적인 생리주기는 28일입니다. 이 경우 생리를 시작한 날로부터 2주가 되면 배란이 일어나고, 그로부터 다시 2주가 지나면 생리가 시작됩니다. 물론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므로 늘 이렇게 정확하게 딱딱 생리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요. 어쩌다 26일 만에 할 수도 있고 30일 만에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다 정상입니다. 어쨌거나 표준대로 28일 만에 생리를 한다고 가정해볼게요. 생리를 시작한 날..
맑은 혈액과 봄기운 - 기분 좋은 날씨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땅도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이내 나쁜 땅으로 바뀝니다. 비만 쏟아져도 안 됩니다. 그러면 땅에 물이 너무 많이 고이고 씨가 잠겨버립니다. 해만 쨍쨍 내리쬐도 안 됩니다. 그러면 땅이 메마르고 딱딱해져 씨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가 없습니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바로 음양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자궁의 환경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비와 해는 난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입니다. 난포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은 해와 같은 역할을 하지요. 에스트로겐은 정자가 들어오기 쉽도록 미끌미끌한 점액 분비를 통해 자궁내막을 촉촉하게 적셔줍니다. 프로게스테론은 몸을 따듯하게 만들고, 배아가 착상하기 쉽도록 끈끈한 점막을 만들어줍니다. 이 두 호르..
영양이 풍부하고 기름진 좋은 땅(자궁내막)의 준비가 필요하다. 씨가 아무리 좋아도 땅이 나쁘면 뿌리를 내릴 수 없습니다. 메마르고 척박한 땅은 안 되고 그렇다고 지나친 습지도 안 됩니다. 딱 적당해야 합니다. 씨가 떨어지는 땅은 자궁내막입니다. 자궁내막이 튼튼하고 기름져야 씨가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자궁내막이 촉촉한 옥토가 되려면 그 밑에 혈액이 충만해야 하고, 그 혈액에는 영양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야 합니다. 이 혈액의 흐름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요? 혈액을 내뿜는 펌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심장입니다. 그러므로 임신을 하는데 있어서 심장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자궁이나 난소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심장에서부터 대동맥이 아래로 내려오고, 골반 근처에서 장골동맥, 내측장골동맥으로 나뉜 뒤에 거기서부터 자궁으로 향하는 자궁동맥이 가지를 뻗습니다. 자궁..
질 좋은 정자와 난자가 필수적이다. 임신은 마치 농사와 같습니다. 그저 씨를 뿌린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그저 임신’이 아니라 ‘건강하고 똘똘한 임신’입니다. 좋은 열매를 얻으려면 마땅히 노력이 필요합니다. 좋은 씨, 좋은 땅, 좋은 날씨 등 모든 것이 최적일 때에 좋은 열매가 맺히는 이치를 생각해봅시다. 임신에 있어서도 같은 이치입니다. 우선 좋은 씨가 필요합니다. 하물며 감자 농사를 지을 때도 좋은 씨가 필요합니다. 최상품 우량감자를 골라서 ‘씨감자’라고 이름 붙여 다음 농사를 위해 준비해둡니다. 그런데 사람 농사를 짓는 마당에, 아무렇게나 살다가 되는 대로 아무 씨나 붙도록 그렇게 대충 농사를 지어서야 되겠습니까? “남들은 막 살아도 임신만 잘되더라.”, “술·담배 다 해도 임신 잘만 돼!”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되어야 임신이다 수정란(난자+정자)은 이제 난관팽대부를 출발하여 보금자리가 될 자궁내막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수정란은 꼬리가 없는데 어떻게 움직일까요? 두 가지 비밀이 있답니다. 첫째, 난관의 내부에는 털들이 있어요. 이것을 섬모라고 하는데요, 이 털들이 마치 해초처럼 살랑살랑 움직이면서 수정란을 이동시킨답니다. 자동 세차장에 가보면 털들이 살랑살랑 움직이잖아요? 그 모습과 비슷해요. 둘째, 난관이 움직인답니다. 난관은 빨대처럼 생긴 관이 아니라 물컹물컹 움직이는 관이에요. 마치 벌레가 앞으로 나갈 때 순차적으로 몸을 움직이듯이 난관은 연동운동을 하면서 안에 들어있는 수정란을 이동시킨답니다. 이동의 과정이 너무 지체되면 안 됩니다. 좁은 관을 통과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일 때 얼른얼른 밀어내야지 난관에서 이동이 멈추면 큰..
수억대의 경쟁률을 뚫고 정자는 난자를 만난다 천신만고 끝에 난관팽대부에 도착한 정자들은 아마 그들이 그렇게도 애타게 찾아 헤엄쳐왔던 난자를 보면 더욱 힘을 낼 것입니다. 그런데 난자는 크고 정자는 작습니다. 난자에 들러붙는 정자가 오직 한 마리인 것은 아닙니다. 수백 마리가 난자의 표면에 들러붙습니다. 정자들은 열심히 머리를 디밀며 난자의 껍질을 뚫으려고 합니다. 뚫어야만 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좌절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도착한 녀석이 꼭 골인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난자를 향해 머리를 디밀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뚫지 못하고 헤맬 수도 있습니다. 정자는 수정능 획득(capacitation)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남녀가 옷을 입은 채로는 관계를 가질 수 없듯이 정자도 난자와 관계를 가지려면 옷을 벗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즉 정..
충분한 경부점액을 헤엄쳐 자궁을 건넌다 질 내의 산성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펄떡거리며 자궁입구의 터널을 통과한 정자들은 이제 자궁 강을 가로질러 가야 합니다. 이때 자궁내막이 촉촉하고 미끌미끌하게 젖어 있어야 정자들이 헤엄치기 쉽습니다. 배란점액이 잘 분비되지 않는 여성들은 자궁내막 역시 촉촉하지 못하고 메마릅니다. 어쨌거나 어떤 환경이건 팔팔하고 힘 좋은 정자들은 계속해서 쉼 없이 돌진합니다. 정자들은 마치 마라톤에 나온 선수들 같은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뒤처지고 포기하는 녀석들이 있고 끝까지 스태미나를 불태우며 돌진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런 녀석들 중에 난자와의 만남에 성공하는 정자가 있지요. 자궁을 가로질러 자궁저에 도착하면 두 갈래 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똘똘한 정자들은 본능적으로 난자가 있는 쪽 난관으로 향합니다. 이때..
질 속에 발사된 정자들은 자궁으로 돌진한다 남자의 몸에서 발사된 정자는 난자와 미팅하러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그렇게 썩 녹록한 것은 아닙니다. 오직 한 녀석만이 미팅에 성공하거든요. 난자는 한 달에 한 개만 배란되지만 정자는 한 번 발사될 때 억대의 수로 발사됩니다. 죽을 녀석들이 많으니 한꺼번에 많이 발사되는 겁니다. 정자가 발사되는 곳은 질 속인데요, 거긴 정자가 견디기 힘든 산성 환경이랍니다. 정자들은 여기서 개죽음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여 피난 갈 곳을 찾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습니다. 그 구멍이 바로 자궁으로 들어가는 구멍이지요. 그런데 평상시에는 자궁의 입구가 꽉 닫혀 있답니다. 자궁경부에서 분비되는 점액이 젤리처럼 쫀득쫀득해서 구멍을 콱 틀어막고 있거든요. 난자가 외출 나오는 때(배란..
난포가 터지면 난자가 외출한다 임신은 정자와 난자의 미팅으로부터 시작하여 둘이 결혼(수정)하고 보금자리에 둥지를 트는 과정(착상)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임신 때문에 산부인과에 가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가 난소, 난포, 그리고 난자입니다. 그런데 단어가 비슷해서 다들 어려워하지요. 이번 기회에 그 개념을 분명히 알아둡시다. 정자는 올챙이처럼 꼬리가 달려 있어서 남자에게서 사정되고 나면 난자를 향하여 헤엄쳐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소 안에 갇혀 있는 난자는 어떻게 집 밖으로 외출할 수 있을까요? 외출을 해야 정자와 미팅을 하든가 말든가 하잖아요. 비밀은 난포의 폭발입니다. 여성의 난자는 난소 안에 있는 조그만 캡슐(주머니)에 담겨 있는데요, 이를 난포(follicle)라고 합니다. 양쪽 난소 안에는 수백만 개의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