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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 아이가 생겼어요(원고)

수억대의 경쟁률을 뚫고 정자는 난자를 만난다

천신만고 끝에 난관팽대부에 도착한 정자들은 아마 그들이 그렇게도 애타게 찾아 헤엄쳐왔던 난자를 보면 더욱 힘을 낼 것입니다. 그런데 난자는 크고 정자는 작습니다. 난자에 들러붙는 정자가 오직 한 마리인 것은 아닙니다. 수백 마리가 난자의 표면에 들러붙습니다. 정자들은 열심히 머리를 디밀며 난자의 껍질을 뚫으려고 합니다. 뚫어야만 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좌절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도착한 녀석이 꼭 골인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난자를 향해 머리를 디밀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뚫지 못하고 헤맬 수도 있습니다. 정자는 수정능 획득(capacitation)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남녀가 옷을 입은 채로는 관계를 가질 수 없듯이 정자도 난자와 관계를 가지려면 옷을 벗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즉 정자의 머리 부분 세포막에 있던 당단백질층이 제거돼야 합니다. 이 역시 속궁합입니다. 여성의 몸과 정자가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일어나는 일이죠. 


이 일은 정자가 자궁과 나팔관을 통과해 가는 동안, 그곳의 물질들과 만나면서 천천히 일어납니다. 이는 정자의 기능적인 성숙 과정으로서 정자가 수정능 획득을 하고 나면 꼬리

를 더욱 힘차게 채찍질하듯 움직이며 머리도 정신없이 흔들어댑니다. 정자가 흥분하는 거죠. 남자가 여자를 보고 옷 벗으며 흥분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미시세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습니까? 


드디어 난자의 표면에 머리가 닿게 되면 정자는 첨체반응(acrosome reaction)을 합니다. 정자의 머리에서 스파크가 일며 난자의 표면을 녹이는 물질이 발사되는 거죠. 정자가 사정을 하는 것이라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있어서 타이밍이 무척 중요합니다. 어리바리한 정자들은 난자를 만나러 가는 동안 수정능 획득을 하지 못하고는 막상 난자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기도 합니다. 끝판에 와서 꽝된 거죠. 또는 너무 일찍 수정능 획득과 첨체반응을 일으켜서 난자와 만나기도 전에 탈진되기도 합니다. 정자의 조루인 셈입니다. 


에너지가 강하고 스마트한 한 마리의 정자가 결국 승리합니다. 난자를 향하여 돌진하되 막판까지 유유히 페이스 조절을 잘하면서 최고로 준비된 한 마리의 정자가 난자를 일착으로 뚫게 됩니다. 결국 난자의 표면을 뚫고 한 녀석이 들어가면 난자의 껍질(투명대)은 딴 녀석이 못 들어오도록 딱딱하게 문을 닫아버립니다. 아! 드디어 그들만의 뜨거운 만남이 성사된 것입니다. 이것을 수정되었다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여러분은 정말 감격하셔야 합니다. 남자의 몸에서 발사된 정자는 보통은 1억 마리가 넘습니다. 다른 정자들이 죽거나 낙오되거나 힘도 못쓸 때 오직 한 마리의 가장 우수한 정자가 수정에 성공한 겁니다. 


그 한 마리가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은 최종 승자입니다! 그 순간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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