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란(난자+정자)은 이제 난관팽대부를 출발하여 보금자리가 될 자궁내막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수정란은 꼬리가 없는데 어떻게 움직일까요?
두 가지 비밀이 있답니다.
첫째, 난관의 내부에는 털들이 있어요. 이것을 섬모라고 하는데요, 이 털들이 마치 해초처럼 살랑살랑 움직이면서 수정란을 이동시킨답니다. 자동 세차장에 가보면 털들이 살랑살랑 움직이잖아요? 그 모습과 비슷해요.
둘째, 난관이 움직인답니다. 난관은 빨대처럼 생긴 관이 아니라 물컹물컹 움직이는 관이에요. 마치 벌레가 앞으로 나갈 때 순차적으로 몸을 움직이듯이 난관은 연동운동을 하면서 안에 들어있는 수정란을 이동시킨답니다. 이동의 과정이 너무 지체되면 안 됩니다. 좁은 관을 통과할 수 있을 만한 크기일 때 얼른얼른 밀어내야지 난관에서 이동이 멈추면 큰일 나요. 난관에 멈추면 자기 자리가 아니니까 수정란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없어집니다. 만약 거기서 뿌리를 내려버리면 더 골치 아파져요. 이게 바로 ‘자궁외임신’입니다. 자궁외임신의 대부분은 난관임신이랍니다.
그렇다고 너무 빠른 속도로 이동되어 자궁에 일찍 도착해도 일을 망칩니다. 아주 억울한 일이 생겨요.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서 하나의 세포로 된 수정란은 수정된 지 대략 12시간을 지나면서 2개로 분열되고, 3일째쯤 되면 세포 8개를 가진 배아(embryo)가 됩니다. 이후 뽕나무 열매처럼 올록볼록한 모양의 상실배를 거쳐서 5일째쯤 되면 안에 공간이 생기는 포배(blastocyst)가 됩니다. 수정된 지 5~6일쯤 되어 포배 상태가 되었을 때 자궁내막에 착륙을 해야 자궁내막을 제대로 파고들 수 있습니다. 도착이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됩니다. 정말 절묘한 타이밍이 요구됩니다.
체외에서 수정란을 만든 뒤 일정 기간 배지에서 배양을 한 뒤 배아를 이식하는 것이 시험관 시술입니다. 이때 3일 동안 배양된 8세포기의 배아를 이식하는 것보다 는 5일 동안 배양하여 포배 상태를 만든 뒤 이식하는 것이 성공률이 더 높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임신의 타이밍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시험관 센터에서는 대부분 3일 배양 후 배아를 이식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체외에서 5일 동안 배양하려고 시도하다가 배아를 잃게 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때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되므로 3일만 배양하고 넣는 것입니다. 몸 밖에서 배아를 키우는 것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은 것이지요.
자, 어쨌거나 우리 몸이 지혜롭게 타이밍을 잘 맞추면 아기씨는 수정된 지 5~7일째에 포배 상태가 되어 자궁내막에 사뿐히 낙하합니다. 드디어 착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선 포배를 둘러싸고 있던 막이 녹아듭니다. 달걀이 부화되는 것과 비슷하여 사람 몸에서도 이것을 ‘부화’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그 내용물들이 자궁의 내막을 파고듭니다. 이제 차츰 엄마 몸과 핏줄로 이어질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이제 정착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이 책의 원고를 무료로 공개합니다
※ 알아두면 큰 도움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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