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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필독

혹시 남편은 문제가 없을까? 권위있는 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이렇습니다.

 

난임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성 중, 남편의 태도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나는 문제없다. 난 정상이다. (즉, 네 탓이다.)”

“나한테 스트레스 주지 마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련다.”

“내 친구들도 술, 담배 하면서 애 잘만 낳더라.”

“안 생기면 그만이지, 뭘 꼭 낳으려고 하냐.”

“정말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꼭 이렇게 직접 말을 하지 않아도 아내는 남편의 표정만 봐도 그 태도를 다 알아차리고 상처받습니다.

 

남편 정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온 집안이 알고 있어야 여성들이 힐링됩니다. 아내 탓, 며느리 탓만 하는 바람에 여성들이 더 힘들어합니다.

 

조선시대 칠거지악

과거에 며느리를 내쫓을 수 있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무자(無子)’ 즉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 넓게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없는 것이 여자 탓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러나 이는 무지의 소치였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정액뿐이었으니 정액이 나오는 남자라면 임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과거에는 정자의 존재조차도 몰랐습니다.

 

문제는 지금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남편들이 있다는 겁니다. 정액 검사 좀 받아보라고 하면 자기는 문제없다며 펄쩍 뛰는 남편들이 많아요.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건지.

 

남자는 여자와 달리 성적인 기능이 겉으로 드러납니다. 발기가 되고 정액이 잘 나오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보게 되니 문제가 없을 거라고 자신하는 거지요. 또는 과거에 한 번 임신을 시켜봤던 경험이 있는 경우, 그 자신감의 근거를 대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하여간 결코 자신의 문제는 아니라고 철석같이 믿게 됩니다.

 

왕년에 한 번 홈런 친 적 있다고 항상 홈런 치는 건 아닙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그렇게 체력관리를 잘 해도 35세가 넘으면 노장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남편께서는 평소 건강관리를 얼마나 잘 하셨나요. 뚜껑 열어보면 문제 있는 경우가 꽤 있답니다.

 

과연 다 여자 탓일까?

35세 김순미(가명) 씨 부부도 그랬습니다. 순미 씨는 결혼하여 임신을 시도한지 6개월 정도밖에 안 되었었지만 자신의 나이가 부담스러웠습니다. 생리는 규칙적으로 잘 하고 있었지만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아보니 AMH 수치가 1 미만으로 나와 난소의 기능이 4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연히 본인의 문제인 줄로 알고 좋은 거 챙겨 먹고, 운동도 시작하고, 한약도 먹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검사를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나이도 만만치 않았기에 검사 한 번 받아보라고 권했으나 이를 강하게 거부하며 기분 나빠했습니다. 그러다 결국엔 검사를 받았는데 그 결과 정자의 숫자가 부족한 ‘희소정자증’과 정자의 운동성이 약한 ‘정자무력증’을 진단받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정신이 났습니다. 그동안 즐겨왔던 술과 담배를 끊고, 운동을 시작하였지요.

 

시어머니는 순미 씨를 볼 때마다 “니가 살이 쪄서 임신이 안 되는 거다, 살 빼라, 나이도 많은데 노력 좀 해야지” 하면서 마음을 후벼 팠었습니다. 당신의 아들에게는 문제가 있을 거라고 꿈에도 생각지 않았지요.

 

 

남자들의 정자수가 줄고 있다

남자들은 감정적인 말 몇 마디로 잘 설득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적이고, 숫자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992년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이라는 저명한 학술지에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50년간 정액(정자)의 질이 감소되었다는 증거“라는 제목의 논문이었습니다.

 

 

 

덴마크의 스카케벡, 칼슨 교수 등은 1938년부터 1991년까지 약 50년간 발표된, 21개국 14,947명의 남성을 다룬 논문 61편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1940년에는 남성들의 평균 정자수가 1㎖당 1억 1,300만 마리였는데, 1990년에는 6,600만 마리로, 50년 동안 남자들의 정자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결론 냈습니다.

 

이 논문은 전 세계 학계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미 발표된 논문 61편을 분석한 ‘메타분석’이기에 여기엔 분석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생겼죠. 과연 정말로 지구의 남자들에게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건지, 다른 학자들도 검증해보고 싶었을 겁니다.

 

이에 프랑스의 자크 아우거 교수가 나섰습니다. 1973년부터 1992년까지 20년간 파리의 정자은행에 보관되어 있던 1,351명의 건강한 남성들의 정자를 분석해본 거지요. 그리고는 그 결과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합니다.

 

 

프랑스 남자들도 정자가 줄고 있었습니다. 1973년 1ml당 평균 8,900만 개가 존재하던 정자수가 1992년에는 6,000만 개로, 20년 동안 33% 정도 줄어들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또다시 대규모의 정자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롤랜드 연구팀은 1989년부터 2005년까지 16년 동안 26,600여 명의 프랑스 남성들의 정자를 조사하였습니다. 결과는 2012년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 학술지에 실렸습니다.

 

 

1989년에는 정액 1ml당 정자수가 7,360만 마리였는데 2005년에는 4,990만 마리로, 16년 동안 남자들의 정자수가 32.2% 감소했다는 결과를 나타냈습니다. 즉 1년에 1.9%씩 줄어왔다는 것이지요.

 

남성 4명 중 1명은

임신에 불리한 정자

앞서 남자들의 정자수가 50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 스카케벡 교수팀의 주장은 이미 발표된 논문 61편을 분석했던 결과였습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스카케벡 교수팀은 다시 1996년부터 2010년까지 15년 동안 실제로 젊은 남자 4,867명의 정액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립니다.

 

 

남자 4명 중 1명 정도만이
임신에 최적인 정자를 갖는다.

남자 4명 중 1명은 임신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리고 15% 정도는 임신을 위해서 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위험한 상태이다.

(스카카벡 교수팀의 15년간 4867명의 정자 연구 결론 中)

 

논문 발표 연도만으로 생각한다면, 스카케벡 교수팀은 20년이 넘도록 정자의 질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으며, 많은 학자들이 그의 결과를 인용하고, 저명한 학술지가 그 논문들을 받아주고 있습니다.

 

니엘스 에릭 스카케벡 교수

 

그는 남성의 생식능력 저하가 ‘지구온난화’만큼이나 중대한 문제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각종 화학물질들이 내분비 교란물질로 작용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내분비 교란물질이 되는 화학물질들은 프라이팬, 자동차, 음식, 의류, 욕실의 샤워 커튼, 화장품, 자외선 차단제 등 생활 곳곳에 존재하며 남성 정자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현대 남성들의 수면시간이 줄어들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식습관이 나빠지고 있는 것도 한 몫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저 저 개인의 주장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임신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정말 여자 때문만이 아니라고, 분명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요?

 

덴마크 남자들만이 아닙니다. 일본 남자들의 정자는 어떤지에 대한 연구도 보시지요. 2013년 BMJ Open 학술지에 실린 내용입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18~24세 젊은 남자들 1,559명을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9%가 1,500만 마리 이하였고, 31.9%는 4천만 마리 이하였습니다. 즉, 일본 젊은 남성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고, 3분의 1 정도는 생식능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로 임신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남편들,

우선 검사받아보세요

1년 이상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져왔는데도 임신이 잘 안되고 있다면 원인을 찾아봐야 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해봐야 할 검사가 바로 남편의 정액검사입니다. 여자들이 받는 검사는 혈액검사, 초음파 검사, 나팔관 조영술 등의 검사입니다. 불쾌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합니다.

 

남자들의 검사는 쉽습니다. 남자라면 다 알고 있는 방법을 통해 정액을 용기에 담아주면 되는 겁니다. 시설이 잘 되어 있는 병원에서는 독방에서 야동을 보며 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보는 야동이 뭐 좋겠습니까마는, 병원에서 검사를 위해서 하려고 하면 잘 안 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니 이해합시다요.

 

정액검사는 우선 정액의 양과 pH를 체크하고, 현미경으로 정자의 숫자, 활동성, 직진성, 그리고 모양 등 외형적인 면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http://human-fertility.com/

 

나는 정상이라고 전해라?”

이미 검사를 받아본 남편 중에 분명 ‘정상’ 판정을 받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정상 범위’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야 합니다. 정상이라는 뜻을 ‘최적’으로 오해하면 아니됩니다. 정상이라고 손 털면 안 됩니다. 

그리고 현미경으로 알 수 있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또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 글을 꼭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