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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16.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할 수도 있어

열흘 전, 피곤하다며 소파에 딱 붙어 있는 남편을 침대로 끌고와 거의 억지로 했다. 요즘 들어 남편은 관계 도중 발기가 풀어지는 때가 잦았다. 남편은 그래서 관계를 자꾸 피하는 듯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남편이 사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느낌 없이, 흥분 없이, 그렇게 숙제하듯이 의무적으로 관계를 가져야 하는 것이 참 비참하고 자존심 상했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나흘 전, 남편이 술을 한잔 하고 뭔 생각을 하며 들어왔는지, 정말 오랜만에 치근덕거렸다. 하지만 남편을 뿌리쳤다. 이미 배란이 된 이후이기에 혹시라도 착상에 방해가 될까 걱정돼서였다. 가슴이 예민하고 단단해졌으며, 꼭 감기 증상처럼 몸이 아팠다. 혹시나 이것이 임신증상이 아닐까 싶었다. 생리는 나오지 않았고 속옷에 살짝 비치는 출혈이 있었다. 혹시 착상혈이 아닐까 싶었다. 생리예정일은 나흘이나 남았건만 자꾸만 임신테스트기를 만지작거렸다. 그동안 테스트기에 선명한 한 줄을 보며 얼마나 많이 힘들어했던가. 또 그 바보 같은 짓을 하게 될까 두려웠다. 이제 테스트기도 몇 개 남지 않았다.

 

참다못해 결국 임신테스트를 해봤다. 역시나 한 줄. 5분마다 몇 번씩 다시 확인했다. 희미하게 줄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쓰레기통에 처박았던 테스트기를 두 시간이 지난 뒤 다시 꺼내 보기도 했다. 분명히 연하게 한 줄이 더 보이는 것 같은데……. 인터넷 카페를 뒤졌다. 증상만으로는 임신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얘기, 아주 초기에는 소변 테스트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얘기, 아침 첫 소변으로 해야만 테스트기에 반응이 온다는 얘기, 테스트가 불량인 경우도 많다는 얘기……. 여전히 가슴이 단단한 느낌은 남아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초체온계를 입에 물었다. 전날보다 체온이 떨어졌다. 후우……. 분하고 억울했다. 내가 정말 임신할 수 있을까.

 

삼촌과 카페에서 만났다.

 

선영: 삼촌과 앉아서 얘기하다보면 제가 꼭 철학관에 앉아 있는 거 같아요.

 

삼촌: 하하, 그러니? 그럼 오늘은 잠재의식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우선, 자,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해봐.

 

삼촌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빙긋 웃었다.

 

삼촌: 이건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자, 그럼 이번에는 심장을 빨리 뛰게 해봐.

 

선영: 네? 심장을 어떻게 빨리 뛰게 해요.

 

삼촌: 그렇지? 그건 맘대로 안 되지? 왜 안 될까? 다 자기 몸인데.

 

선영: 뭐, 조물주가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삼촌: 하하, 조물주는 그렇게 결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손가락은 우리 눈에 보이지? 그러니까 자기 맘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분명히 믿는다. 그러나 심장은 안 보이지? 그러니 자기가 심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믿음은 생기지 않는 거 아닐까? 눈으로 볼 수 없는 내부 장기, 조직, 세포들의 움직임은 우리의 의지대로는 움직이지는 않는단다.

 

하긴 나는 내 맘대로 위장도 움직일 수 없고, 대장도 움직일 수 없다. 갑자기 생물 시간에 배웠던 단어가 생각났다.

 

선영: 삼촌, 몸속의 내장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다고 배웠던 것 같은데요?

 

삼촌: 그래, 자율신경이라는 용어가 있지. 자신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경 체계가 아니라,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알아서 움직이는 신경 체계라는 뜻이지. 그런데 이 용어 역시 의식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야. 심장도 의식으로 움직이고 있어. 다만 우리가 의식할 수 

없을 뿐이야. 우리의 의식에는 의식할 수 있는 의식이 있고, 의식할 수 없는 의식이 있어. 의식할 수 있는 의식은 표면의식이라고 하고, 의식할 수 없는 의식을 잠재의식 또는 무의식이라고 부르지. 들어본 말이지?

 

선영: 삼촌, 오늘은 제가 정신과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인데요?

 

삼촌: 하하, 삼촌이 중학생 때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때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지. 왜 좀 따분하냐?

 

선영: 아뇨, 전혀 아니에요. 재밌어요. 제 마음을 더듬는 느낌이랄까요? 저 자신을 알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삼촌: 그래, 아주 좋은 느낌이다. 꼭 그렇게 될 거다. 결국 진정한 자신을 만나게 될 거다.

 

 

삼촌은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삼촌: 우리가 볼 수 없는 몸속의 움직임들은 잠재의식이 담당하고 있어. 잠재의식이 자율신경계통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 우리 몸속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손발을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단다. 밥 먹고 나서 그냥 누워서 시간을 보내봐라.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도 몇 시간 지나면 다시 배고파지지. 누워 있는 동안 손발은 별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몸속에서는 끊임없는 움직임이 있었던 거야. 그러나 이런 몸속 움직임들은 네가 의식하면서 움직인 것이 아니라 네 안에 잠재된 의식이 한 

일이지.

 

선영: 그럼 호르몬을 만들고, 배란을 시키는 것도 잠재의식이 하는 일인가요?

 

삼촌: 그렇지, 그건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그렇다면 잠재의식이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지.

 

선영: 그럼 잠재의식을 고치면 제 몸도 바뀌겠네요.

 

삼촌: 오케이, 바로 그거지. 잠재의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가 된단다.

 

선영: 삼촌, 그럼 어떻게 해야 제 잠재의식을 바꿀 수 있죠? 그게 가능한가요?

 

삼촌: 오, 오늘은 아주 단도직입적으로 나오는 걸? 좋아, 함께 풀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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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차, 알아두면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