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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3. 선택과 자유

 

삼촌은 불만스러워하는 내 얼굴을 읽으며 빙긋 웃었다. 삼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텔레비전 리모컨을 들고 왔다. 그러고는 텔레비전을 켜더니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었다. 삼촌은 내 눈앞에 리모컨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삼촌: 너도 이걸 쓸 줄 알지?

 

답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삼촌: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해서 채널이 바뀌는지 이해하고 있니?

 

답할 새도 없이 삼촌은 이어서 말했다.

 

삼촌: 저 텔레비전이 어떻게 공중에 떠다니는 전파를 낚아채서 저토록 생생하게 화면에 나타내줄 수 있는지 말이야.

 

선영: …….

 

삼촌: 그 원리는 알지 못해도 네가 이 리모컨과 텔레비전에 관해 확실히 믿는 것이 있을 거야. 내가 11번을 누르면 MBC가 나오고, 9번을 누르면 KBS가 나온다는 것을 믿고 있다. 아니 그걸 뭐 믿는다고 얘기할 것까지 있나, 그냥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

 

선영: 무엇인가를 믿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삼촌: 운명에 대한 문제만 생각해보자꾸나. 네가 믿는 종교에서 혹시라도 결정론적 운명론을 가르쳤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종교 테두리 안에 있는 학자들 모두가 다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을 거야. 경전은 하나이지만 해석은 다양한 것, 이는 어느 종교에나 있는 일이지.

 

선영: 삼촌은 종교를 안 믿어요?

 

삼촌: 하하, 나는 종교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신은 믿어. 종교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지. 다만 신을 찾는 길일 뿐이야. 그런데 말이다, 신을 믿는 것과 신에 대한 해석을 믿는 것은 또 좀 다른 말이다.

 

임신에 대한 얘기에서 어느새 신에 대한 얘기로까지 흘러가버렸다. 그러나 이 얘기들이 내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 문제로 괴로워하며 몇 년을 보내오는 동안, 어느새 신에 대한 원망이 가득해졌기 때문이었다.

 

삼촌: 사람은 신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다 이해한다면 그 사람이 신의 자리로 올라가야 되겠지. 신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더 많지 않니.

 

삼촌은 눈을 한 번 찡긋하더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삼촌: 그렇다면 사람은 결국 신을 상상하면서 사는 거 아니겠니? 눈 감고 코끼리 코를 더듬으며 코끼리의 모습을 상상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 종교가 있는 거지. 같은 이름을 가진 종교 안에도 얼마나 많은 종파가 있는지 모른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가는 길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하면서 배타적이 되고, 어떤 이들은 신을 찾는 길이 결국 한 곳에서 다 만난다고 하며 포용적이 되지.

 

 

삼촌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삼촌: 기왕 상상하고 믿는 것이라면, 마음에 평안과 행복을 주는 방향으로 상상하고 믿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는 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 대한 해석을 선택하는 것이란다.

 

우리는 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 대한 해석을 선택하는 것이다. 와 닿았다. 나는 턱을 괴고 삼촌 말에 귀 기울였다.

 

삼촌: 신은 우리가 평안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을 원한단다. 어떤 신이든 말이야. 그렇지 않겠니?

 

삼촌은 마치 일곱 살짜리 철부지가 자기 아빠 최고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선영: 삼촌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셨나봐요?

 

삼촌: 그래, 나름대로 많은 시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지혜의 가르침을 찾았지. 나는 여전히 내 인생이 신의 뜻, 혹은 자연의 섭리 안에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내 운명의 시나리오가 신에 의해 한 가지로 결정되어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내 시나리오는 내가 선택해.

 

선영: 내 시나리오는 내가 선택한다…….

 

삼촌: 모든 인간은 신에게서 나온 존재, 신에게서 비롯된 존재라고 생각해. 신은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마음껏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인간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었지. 나의 선택과 자유에 한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이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만큼까지일 것이다. 내가 넘을 수 없는 한계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선까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무척 안전하다고 생각한단다. 어떤 선택을 하건 나는 신의 섭리, 또는 자연의 법칙 안에 있을 것이니까.

 

건강차를 한 모금 마시며 생각했다. 내 운명의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결정권이 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삼촌처럼 생각하는 것이 분명히 더 희망적이라고. 정말 내 운명이 끝내 임신 못 할 운명으로 결정지어져 있다면, 그런 결정론적 운명론이 맞는다면, 내가 발버둥 친들 무슨 소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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