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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1. 금방 될 줄 알았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미경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경: 선영아, 이번 주 일요일 오후에 애들 다 모이기로 했거든? 우리 오총사 한번 모이자.

 

선영: 응, 이번 주 일요일? 글쎄… 남편이 어디 가자고 했던 거 같은데…

 

미경: 야 뭐야, 다들 어렵게 시간 빼기로 했어. 남편들한테 애들 좀 맡기고 나오기로 했다고. 중요한 약속 아니면 그냥 와.

 

선영: 어, 그래. 남편한테 물어보고 내가 다시 전화 줄게. 그나저나 너 잘 지내니? 회사는 아직도 잘 다니고?

 

미경: 그러지 않아도 회사 때문에 고민 중이다. 아침에 민수 어린이집에 맡길 때마다 맨날 울고불고해서… 정말 계속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건지 고민이다. 야, 하여간 만나서 얘기해.

 

선영: 그래. 나도 너희들 보고 싶어. 남편이랑 얘기해보고 다시 전화 줄게.

 

친구들이 보고 싶기는 했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다들 결혼했고 다들 네댓 살 되는 아이가 하나둘씩 있었다. 모이면 늘상 뜨거운 화제는 아이들 얘기였다. 유치원 얘기, 체험 학습 얘기, 아이들 아팠던 얘기 등으로 이야기꽃이 만발했다. 나는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조언할 것도 없었고, 공감할 것도 없었다. 아이들 키우기 힘들다고 너스레를 떠는 친구들이 마냥 부럽고 화가 났다. 어쩌다 친구들이 그런 내 표정을 발견하게 되면, 다른 쪽으로 화제를 돌리고는 했다.

 

자기네들끼리 아이들 얘기만 나누는 것이 못내 불편하고, 그렇다고 나를 의식해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친구들에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 같아 싫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이래도 불편하고, 저래도 불편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어떤 모임이든 가기가 싫어졌다.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아기 언제 가질 거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태연하게 받아넘기는 것이 힘들었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그동안 내가 뭘 잘못하며 살아온 걸까.

 

 

지하철 안은 그다지 붐비지 않았다. 운 좋게 바로 자리를 잡았다. 앞에 앉은 커플이 깔깔거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서른 살에 결혼을 했다. 체력 좋은 20대는 아니지만, 결혼하면 아기가 바로 생길 줄 알았다. 날짜에 맞춰 부부 관계를 했지만 6개월이 넘어도 아기가 생기지 않았고 그때부터 마음이 몹시 불안해졌다. ‘그동안 술도 많이 마시고 너무 막 살아서 벌을 받나…’ 하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가입한 불임 관련 카페만 열 군데가 넘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불안감이 더욱 커졌고, 결국 불임 전문 병원을 찾게 되었다. 

 

지난 5년간 정말 최선을 다했다. 유명하다는 병원에서 검사란 검사는 다 받았고, 시술이란 시술도 다 받았다. 들인 돈만 해도 이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

 

설마 내가 불임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보는 시험마다 합격했고 지금까지 웬만한 것은 원하는 대로 다 성취했건만, 이놈의 임신만은 도대체 내 맘대로 되지를 않았다. 정말 이런 현실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불임 문제로 이혼까지 생각하게 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의학의 힘을 빌렸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으니 난 아예 임신할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할까. 임신과 출산은 생물학적으로 문제 없으면 누구나 가능한 게 아니었다는 말인가.

 

오늘은 삼촌한테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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