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처음 마셨을 때 당신의 몸이 어떻게 반응했나를 기억해보십시오. 가슴이 벌렁거리고 잠이 안 오고 손끝이 떨리고 뭔가 정신이 번쩍 나는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
만화영화 <빨간 모자의 진실>에 보면 다람쥐가 나옵니다. 이 다람쥐는 커피를 마시면 말이 빨라지고 달리기도 빨라집니다. 물론 만화이다 보니 커피 마신 다람쥐의 반응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실제로 커피를 마시면 흥분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중학생 때 처음으로 커피를 마셔봤습니다. 그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뜬눈으로 꼴딱 밤을 지새웠었죠.
혹시 “나는 이제는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잠이 안 오는 일은 없다.”고 하신다면 그게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그랬던가를 상기해보십시오. 커피에 반응하는 당신의 신경계가 이미 많이 무뎌져 있다는 뜻입니다. 더 많은 자극을 가해야만 꿈쩍거리는 둔한 신경계가 형성된 것이죠.
즉, 커피 카페인에 대해 내성(tolerance)이 생긴 겁니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는 항생제가 잘 듣지 않게 되듯이 커피도 지속적으로 마시면 내성이 생겨서 커피의 효과가 점점 덜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점점 더 진한 커피를 찾고 또 더 많이 마셔야만 하게 되지요.
이는 무엇을 뜻할까요? 몸이 카페인의 과도한 자극에 시달리고 지쳐서 이제 더 많은 흥분 자극이 있어야만 꿈적거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늘어졌다’는 말이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만든 국제질병분류 및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 모두 카페인 의존증후군, 카페인 중독, 카페인 탐닉, 카페인 금단 상태(증후군) 등의 병명이 존재합니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 펴내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이라는 책은 정신과 질환 진단에 있어서 바이블이라할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 5판에서는 카페인 금단 증상을 정신질환으로 규정해버렸습니다. 그 증상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 때 두통, 피로, 졸림, 우울, 짜증, 집중력 저하, 감기 비슷한 증상 등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커피를 하루 안 마셨더니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커피에 중독되었다는 뜻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술 생각이 자꾸 난다’만으로도 알코올 중독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커피 생각이 자꾸 난다.’ 이 역시 커피 중독의 증상 아닐까요? 정신적·신체적 의존 상태가 만들어진 것이죠.
거듭 말하지만 카페인은 중독(addiction)됩니다. 약물 중독(substance addiction)이란 약물을 자꾸 남용하게 되고 먹을수록 내성이 생기고 끊으면 금단 증상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커피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만들어내므로 음식이라기보다는 약이라고 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행히 커피의 중독과 금단 증상은 커피를 끊고 시간이 지나면 차츰 회복됩니다. 그러니 바로 끊으시면 됩니다. 당분간 좀 힘들 각오는 하시고요.
이 책의 원고를 무료로 공개합니다
※ 알아두면 큰 도움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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