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난임(불임)에 대한 진료를 십 수 년 해오면서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한 번은 한 환자분이 자신은 생리를 서너 달에 한 번씩 한다면서 임신은 둘째치고 우선 생리부터 규칙적으로 하게 고쳐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진맥을 해보고 몸의 증상들을 꼼꼼히 문진해보니 심상치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이미 임신이었습니다.
만약 이분이 매일 기초체온을 재고 있었다면, 언제 배란이 되었었는지를 알 수 있었을 것이고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도 스스로 알 수 있었을 겁니다. 만약 제가 그녀의 몸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지 않았다면 임신한 그녀에게 엉뚱한 한약을 쓸 뻔 했던 것이지요.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생리를 몇 달에 한 번 하는 여성들은 생리를 안 하면 ‘지금 생리가 계속 늦어지고 있는 건가? 혹시 임신한 거 아냐? 도대체 언제까지 늦어질까?’라며 오리무중입니다. 이런 분들은 과연 배란이 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스스로 꼭 체크해봐야 합니다. 만약 배란이 안 되고 있다면 도대체 언제 생리가 시작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 배란이 된 것인지를 안다면 그로부터 2주쯤 뒤에 생리가 시작될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배란이 되고 2주가 지났는데도 생리를 하지 않고 있다면 “올레!”를 외쳐도 됩니다. 임신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배란이 되었는지를 어떻게 알지? 산부인과 가서 초음파를 봐야 하나? 아, 돈 드는데…….’라는 생각도 들 겁니다. 아닙니다. 기초체온을 재어보십시오. 이를 통해 배란 여부를 스스로,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생리주기에 배란이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에 대해서 초음파 검사보다도 더 명확한 증거를 대주는 것이 바로 기초체온입니다.
사람의 체온은 항상 변합니다. 항온동물이라고 하지만 ‘체온대’가 항온이라는 것이지 정말 항상 같은 체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생물이 아니라 기계죠. 신체적인 활동을 하면 체온이 올라갑니다. 뛰면 올라가고 밥 먹어도 올라갑니다. 하지만 배고프면 체온은 떨어집니다. ‘춥고, 배고프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닙니다. 화가 나면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얼굴이 벌게지면서 ‘열 받는다’고 하지요? 화가 나면 실제로 체온이 올라갑니다. 반면 침울해지면 분위기가 다운되고 몸도 싸늘해집니다. 실제로 체온도 내려가고요. 그냥 꼼짝 없이 누워 잠만 잘 때에도 낮잠 잘 때의 체온과 새벽녘의 체온이 다릅니다. 새벽에는 체온이 더 떨어지죠.
이렇듯 체온은 항시 변하기에 아무 때나 체온을 재고서는 자신의 체온이 높다 낮다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초체온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겁니다. 체온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최소화되어 있는 때, 즉 팔다리 꼼짝 않고 숨만 쉬며 자고 일어나 아침에 잰 체온을 기초체온이라고 합니다. 눈 뜨기 전의 체온을 재면 더 이상적이겠지만 자기 스스로 체온을 재야 하니 아침에 눈 떴을 때, 일어나 활동하기 전의 체온을 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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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두면 큰 도움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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