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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임신을 위한 힐링(원고)

#19. 기적의 선물

선영: 그렇다면 결국 제 몸을 긍정적으로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겠군요. 그렇지만 삼촌, 오늘부터 당장 제 몸을 믿어 주고 싶지만, 정말 그렇게 한다고 제 몸이 바뀔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그리고 제 몸이 지금 이 모양인데 제 몸에 대해 어떻게 갑자기 믿음이 생겨요?

 

삼촌: 그래, 그렇지. 맞는 말이야.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마음을 열어라. 그렇게는 안 될 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두렴. 예수의 옷자락을 만진 그 여인은 어떻게 해서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선영: 예수가 온갖 질병을 고친다는 소문이 있었으니까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삼촌: 예수에 관한 소문을 들었던 사람들이 비단 그 여인만은 아니었지. 물론 예수라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요소이기는 해. 하지만 예수에게 손을 대고도 낫지 못한 사람이 있었고, 예수에 대한 소문을 들었지만 코웃음 치며 예수 근처에도 가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어. 중요한 것은 그녀는 병 낫기를 간절히 소원했고, 낫고자 하는 의도를 가졌고, 낫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거야. 그러할 때에 믿음이라는 선물이 생겼지.

 

선영: 선물이요?

 

삼촌: 믿음이라는 현상은 언제나 기적적인 일이야. 그냥 왠지 모르게 믿음이 생기는 경우가 있잖니. 뭐라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냥 믿어지는 경우가 있어. 그게 꼭 종교적인 맥락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그 기적은 숱하게 일어난다.

 

선영: 믿음의 기적이 일상 속에서 일어난다고요?

 

삼촌: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갔던 적이 있니?

 

선영: 네, 그럼요. 대학생 때 유럽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지도를 보고 숙소를 찾았죠.

 

삼촌: 너 그 지도를 믿었구나. 네가 그 지도를 믿었다는 것이 바로 기적이야.

 

선영: 그거야 뭐, 당연히 지도를 믿고 가는 거지요.

 

삼촌: 당연히 믿는다고? 지도가 거짓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지도를 그냥 믿었어. 사실 너는 인쇄물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거야. 인쇄되기까지 했으니 그것이 거짓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이지. 그러나 한번만 더 논리적으로 생각해봐. 세상에 나온 인쇄물이 다 진실이더냐? 이와 마찬가지로 너는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했던 말들을, 부모님이 했던 말들을, 중학교 물리 교과서에 나왔던 말들을, 권위 있는 학술지에 나온 의학 정보들을, 실력 있다고 하는 의사들이 하는 말들을, 신문에 나오는 기사들을, 그리고 이 사회가 통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생각들을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들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숱하게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지 못하고 있지. 그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믿었고, 잠재의식 속에 간직해둔 것이지.

 

선영: …….

 

 

삼촌: 내가 말해주고 싶은 것은, 네가 가진 믿음들은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거쳐 논리적으로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던 것들만은 아니라는 거야. 이성을 통해야만 믿음이 생기는 것이 아니지. 믿음은 전혀 이성적 근거 없이 생기기도 한다. 직감(直感) 또는 직관(直觀)이라는 것이 그거지. 이성적인 해석을 거치지 않고 또는 다른 사람의 가르침이 없이, 직접 알게 된다는 뜻이야. 직감을 육감(六感)이라고도 하지? 오감(五感) 너머에 있는 감각이라는 뜻이야. ‘여자의 육감’이라는 말이 있잖니. 여자들은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을 기가 막히게 짚어낸다면서.

 

선영: 하하, 맞아요. 확실히 여자들은 직감이 발달해 있어요.

 

삼촌: 직감은 영어로 ‘Intuition’이라고 한다. ‘Tuition’은 가르침이라는 뜻인데, 그 앞에 ‘In’이 붙은 거야. 즉 직감이란 가르침이 안으로 쑥 들어온다는 말이지. 비슷한 말로 영감이라는 말이 있어. 지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받아들는 걸 말하지. 영어로는 ‘Inspiration’이라고 한다. ‘Spirit’ 즉 영적인 감동이 안으로 쑥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어쩌면 예수의 옷자락을 만졌던 그 여인은 예수에 관한 소문을 들었을 때, ‘아, 예수라면 나를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이 직감으로 혹은 영감으로 쑥 들어오지 않았을까? 그래서 내가 믿음을 ‘선물’이라고 말하는 거야.

 

선영: 직감으로도 믿음이 생기는군요.

 

삼촌: 사실은 누구나 직감을 느낀다. 직감이 발달한 사람들은 스쳐가는 직감을 무시하지 않고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야. 남자들은 직감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들은 그 생각을 잡아내지. 그래서 늘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하라고 핀잔을 던지게 되고. 직감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무딘 남자들의 핀잔은 무시해도 좋아. 물론 직감이 틀리는 경우도 많지. 그러나 그렇다고 직감을 쓰지 않으면 직감이 점점 무뎌져. 직감은 다른 감각과 마찬가지로 쓰면 쓸수록 더 발달한단다. 임신을 위한 치료를 받으면 몸이 나아지고 있다는 직감이 생길 때가 있을 거야. 그 직감을 믿어라. 믿음이 생기면 그 믿음을 그대로 받아들여. 때로는 그 직감이 틀리더라도 결코 실망하지는 말고. 연습 중이라는 것을 생각하되, 너에게 직감이 있다는 것을 결코 의심하지 말거라.

 

선영: 흐음, 직감으로 믿음이 생긴다는 것이 참 신기하네요. 이런 생각은 그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삼촌: 그래? 그럼, 꿈은 어떨 것 같니? 꿈을 통해서 믿음이 생기기도 한단다.

 

선영: 꿈이요?

 

삼촌: 그래. 근데 내가 꿈 얘기까지 하면 네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꿈이 뭐라고 생각하니?

 

선영: 꿈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 없어요. 제가 워낙에 말도 안 되는 개꿈을 많이 꿔서요. 하하. 꿈이 잠재의식과 연관이 있는 건가요?

 

삼촌: 사실 나도 잘 몰라. 아마 그 누구도 ‘꿈이란 이것이다’라고 한 문장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거야. 그런데 내가 그간 살아오면서, 또 불임 여성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태몽 얘기를 하도 많이 듣고, 질문도 많이 받아서 말이다. 도대체 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꿈에 관한 책들도 뒤져봤고, 그래서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있지.

 

선영: 그게 뭔가요?

 

삼촌: 꿈이라는 현상을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은 없다는 허무한 결론이지.

 

선영: 삼촌, 지금 그 말씀하시려고 꿈에 대한 얘기 꺼내신 거예요?

 

삼촌: 하하, 아니지. 이 허무한 결론이 끝은 아니다. 또 하나의 결론은, 그러므로 꿈이 갖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서 마음을 열어놓자는 거야. 나는 꿈에 대해서 나름 이렇게 정리를 해봤다. 꿈은 내 영혼의 자유로운 생각이야. 내 영혼이 현재 내가 있는 시공간 속에서 현실화되지 않은 수많은 생각들과 정보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이지. 물론 꿈속에서 만나는 생각과 정보들이 미래에 일어날 일은 아니야. 그저 가능성일 뿐이지. 우리가 살아가는 시공간에서 만나는 현실은 무한한 경우의 수로 존재하는 가능성 중에, 한 순간에 한 가지씩 선택되어 나타나는 결과이지. 따라서 우리가 꿈에서 만나는 생각과 정보가 실제로 현실화될 확률은 무한한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고. 무한한 가능성 중 하나라고 해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뜻도 아니야.

 

선영: 정말 알쏭달쏭하네요.

 

삼촌: 네 인생에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어. 자신의 인생에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믿고 사는 것과 자신에겐 결코 기적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고 사는 것 역시, 그 운명이 완전히 달라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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